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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120…백일 잔치 (5)

입력 | 2002-09-09 18:08:00


“3년이나 기다리면, 그 때는 안 갖고 싶어질지도 모르잖나”

“3년 정도 기다린다고 안 갖고 싶어지면, 그렇게 안 갖고 싶다는 거 아이가. 정말 갖고 싶은 것은 몇 년을 기다려도 갖고 싶은 법이다”

“나는 지금 갖고 싶다 말이다”

“소원아, 이제 누나가 됐으니까 정도껏 떼부려라”

휘파람? 그 사람의 등에서 휘파람 소리가 흘러온다. 내가 가르쳐준 노래다. 그 사람은 그 여자에게서 30미터 떨어진 곳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다. 여자는 세면도구가 들어 있는 놋대야를 바꿔 들고, 휘파람 반주에 맞추어 조그만 소리로 노래했다.

다 당신은 내 사랑 아이 알뜰한 내 사랑

일편단심 변치 말자 굳게 굳게 다진 사랑

어화 둥당기 내 사랑

둥당가 둥당가 덩기 둥당기 내 사랑①

그 사람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휘파람 소리와 내 입술에서 흐르는 노래와, 두 소리를 동시에 듣고 있는 것은 내 귀뿐. 그 여자의 귀에는 토라진 딸의 목소리와 매미 소리와 강물 소리와, 아이스케-키! 아이스케-키!, 아이스케이크 팔이 소년의 외침 소리와,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이 흔들리는 딸랑딸랑딸랑 소리. 앗, 그 사람하고 아들이 운하 목욕탕에 들어갔다. 여자는 연지를 너무 짙게 칠해 새빨간 코르크처럼 갈라진 입술을 꼭 다물고 재빨리 걸어, 모녀의 그림자를 밟을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했다.

“오빠는 금방 나오지만 아버지는 오래 있는데, 어쩔 건가?”

“아버지 놔두고 혼자 나오지는 않겠재”

“나는 싫다, 너무 더워서”

“먼저 나간다고 하고 탈의실에서 땀 식히고 있으면 안 되나”

“탈의실도 더운데 무슨 땀이 식는다고. 먼저 집에 간다고 하고 아이스 케이크 사러 가자”

“저녁도 먹기 전에 아이스케이크 먹어도 괜찮나?”

“다섯 개 먹어도 괜찮다. 아이스 케이크 먹으면서 시장에 수박 사러 가자”

“후후후후후, 벌써 계획이 다 서 있네”

모녀는 고무신을 벗고 여탕 문을 열었다.

“어서 오이소”

“안녕하셨는교”

① 사랑가-구전민요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