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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빅리거 최희섭 화려한 신고식

입력 | 2002-09-09 18:19:00


‘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 타자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입문한 최희섭을 지켜보노라면 이 말은 바로 그를 위한 것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최희섭은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회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4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역사적인 데뷔전에서 대수비로 출전한 뒤 5경기 7타석만의 안타 신고식이라 좀 늦지 않았냐는 생각을 가진 팬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날 최희섭은 처음으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아 사실상 데뷔전이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결국 최희섭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132m나 되는 초대형 직선 홈런을 날려 그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최희섭의 스타성은 이미 지난해부터 엿보이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초청선수로 시범경기 엔트리에 들었던 그는 3월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6회 대타로 나가 첫 타석을 3점홈런으로 장식하며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당시 이 홈런은 백전노장 마크 가드너로부터 뺏은 것으로 비공식 집계이긴 했지만 최소 150m는 됐을 것이란 게 주위의 증언이었다.

한 시즌에만도 100경기가 훨씬 넘는 대장정을 치르는 프로야구에서 첫 타석이나 첫 경기가 갖는 의미는 실로 중요하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한 선수는 스타로 발돋움하는데 프리미엄을 안았다.

데뷔 첫 경기를 완봉승으로 장식한 김용남 천창호 장호연 박동수 송진우가 그랬고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한 조경환 송원국도 일찌감치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행운을 잡았다.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개막전에서 첫 홈런을 날린 이만수와 연장 10회말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의 주인공 이종도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팬들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반면 첫 경기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한 예도 있다.

데뷔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선동렬 최동원 김시진이 대표적인 경우. 행운의 걸음마를 시작한 최희섭이 첫 홈런의 흥분을 하루 빨리 가라앉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