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기대감만으로는 오르지 못한다. 긴가 민가 하는 상황에서 국내외 악재가 겹칠 때는 더욱 그렇다. 지난 주말 뉴욕 주가가 급등해 한국 증시도 오를 것이란 기대는 ‘이라크전쟁’ 가능성과 쌍용의 대규모 금융사고란 돌발 악재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종합주가지수는 근 한 달 만에 7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보다 10.84포인트(1.53%)나 떨어진 697.89에 마감돼 8월12일 695.39 이후 처음으로 7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56포인트(4.55%)나 폭락하며 53.66으로 밀렸다. 이는 작년 10월8일(53.55)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거래소 672개, 코스닥 706개로 상승종목(거래소 140개, 코스닥 86개)보다 훨씬 많아 체감 증시도 썰렁했다. 외국인이 모처럼 사자에 나선 삼성전자(0.47%)와 SK텔레콤(1.11%) 등 대장주는 올랐지만, 쌍용의 금융사고 여파로 쌍용그룹주와 은행주 등이 하락했다.
종합주가는 전주말 미국 주가상승과 외국인의 순매수(593억원)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해 한때 716.72까지 올랐다. 하지만 외국인이 코스피200선물을 3228계약(1429억원)이나 순매도하면서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기관이 700선을 지키기 위해 801억원어치나 순매수했지만 개인의 매물(1372억원)을 받아내지 못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종합지수의 5일 이동평균(718.25, 57.01)이 20일 이동평균(725.34, 58.35)을 밑도는 단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지수와 5일·20일·60일·120일 이동평균이 밑에서부터 차례로 배열되는 역배열이 나타나 주가는 당분간 약세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200선물·옵션과 개별주식옵션 9월물의 만기가 함께 겹치는 트리플위칭(12일)을 앞두고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다는 것도 주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