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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부자 만들기]‘돈모으기’ 부터 가르쳐라

입력 | 2002-09-09 18:46:00


서울 신촌에서 고시원을 경영하는 이규애씨(43·여)는 주위에서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80년대 후반 남들보다 먼저 부동산에 눈을 떠 짭짤한 수익을 남겼고 돈을 모으는 재주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재테크 지식도 상당해 은행뿐만 아니라 종금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상품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재테크 수업’을 시작한 것은 20년도 더 지났습니다. 사업가 집안에서 부유하게 자란 이씨는 대학생이 되자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금융기관을 찾았습니다.

이씨는 “어머니는 동네 은행에 목돈을 맡기는 법이 없었다. 시중은행은 목돈을 모으는 데만 활용하고 돈이 모이면 이자가 더 높은 단자회사(현재의 종금사)로 옮겼다”고 회고합니다.

어머니는 재테크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때면 꼭 딸을 옆에 앉혔는데 이씨는 이를 통해 ‘돈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가겠구나’라는 감각을 익히게 됐다더군요. 말하자면 재테크에 대해 개인교습을 받도록 한 것이지요.

부모님이 준 종자돈(700만원)으로 은행 증권을 드나들면서 마음껏 ‘실전훈련’도 해봤고 자연스럽게 금융기관의 우열을 따져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습니다.

이씨는 “돈 쓰는 재미에 길들여지기 전에 돈을 모으는 재미를 배웠다”며 “아직도 이전 통장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씨는 ‘보고 자란 그대로’ 자녀에게 교육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금융기관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어려서부터 데리고 다녔고 아이들은 ‘특별’ 대우를 받은 탓인지 은행을 ‘유쾌한 곳’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두 명의 자녀가 9세가 될 무렵부터 △푼돈을 목돈으로 만들어가는 ‘입출금식’ 통장 △목돈을 굴려가는 ‘예치식’ 통장 등 2개의 통장을 만들어 줘 관리하도록 시켰는데 만족스러운 수준이랍니다.

이씨는 “부모님이 장학재단을 운영, 유산을 남겨주지 않은 것처럼 나도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지만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은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지요.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유대인의 교육법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이나연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