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경 있을 정부의 특별재해지역 선정 발표를 앞두고 관련 공무원들이 수해지역에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으나 현지 실정을 도외시한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는 5일부터 중앙합동조사단 723명(시도 합동조사반 476명 포함)을 강원 경남북 등 수해를 입은 6개 도에 파견해 11일까지 정밀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그러나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피해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피해 규모 산정을 놓고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침수 피해를 본 강원 동해시 북삼동의 황호영(黃豪永·48)씨는 10일 시청에서 피해액을 묻는 전화를 받곤 황당해했다. 공무원들이 일일이 돌아다닐 여력이 없어 전화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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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실무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조사해도 정확한 피해액을 산출하기 어려운데 이런 식으로 조사하면 부실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강원 강릉시에서는 피해 가구 수가 너무 많아 마을 이장이나 동사무소 직원 등이 피해 서류를 대신 작성하는 경우도 더러 목격되고 있다.
수해지역인 경북 영양 청송 성주 울진군 주민들은 정부의 피해 실사가 공공시설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주택과 농작물 피해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해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농작물 피해는 면적 기준이 아니라 실제 피해를 본 작물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해복구 현장에 나간 지방 공무원들은 실정에 맞지 않는 행정자치부의 피해조사지침 때문에 건성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보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강릉시의 한 관계자는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지역은 접근이 힘들어 하루 5가구 조사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며 “조사 마감이 다가오는데 피해 주택의 30%는 아직 돌아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행자부는 현재의 보상규정에 들어 있지 않은 상가와 점포의 피해 조사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상가의 정의를 알려주지 않아 조사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동해시청 관계자는 “점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며 “포장마차를 점포에 포함시키는 지역도 있다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특별재해지역 선포를 앞두고 특별재해지역 지정을 요구하는 이재민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 주민 160여명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의령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경북 김천시 구성면, 성주 영양군 주민과 강원 정선군 주민, 전북 무주군 무풍면, 남원시 운봉읍과 산내 인월 아영면 주민 등도 특별재해지역 지정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나 시위를 가졌다.
강릉〓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동해〓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