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10일 허원근(許元根) 일병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허 일병이 타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상규명위는 이날 오전 가진 ‘허원근 사건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서 “허 일병이 스스로 우측 가슴에 한발을 발사했지만 치명상을 입지 않자 다시 좌측 가슴과 우측 눈썹 부위에 한발씩 발사해 자살했다는 군의 발표와는 달리 같은 중대 근무자에 의해 타살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사건 당일인 1984년 4월1일 밤 중대본부 중대장실에서 있었던 중대간부들의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노모 중사가 행패를 부리다 오발사고가 발생했고 이때 허 일병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진상규명위는 “재미(在美) 법의학자 노용면 교수에게 법의학 감정을 의뢰한 결과 ‘허 일병이 첫 발을 맞은 뒤 7∼8시간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며 “이는 허 일병이 총탄 세 발을 한꺼번에 쏴 자살했다는 군 헌병대의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상규명위는 두 발의 총탄을 누가 발사했고, 왜 발사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또 군이 사건을 은폐했다고 결론을 내리고도 누가 무슨 이유로 은폐를 지시했고, 어느 선까지 은폐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지 못했다.
진상규명위 김준곤(金焌坤) 상임위원은 “위원회가 풀지 못한 의문점에 대해 일부 진술이 있지만 미흡한 부분이 많아 최종 결론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위원회의 조사 활동시한이 다가와 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과제로 남긴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