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새 전쟁터에서 낡은 무기를 들고 허둥대고 있다.”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가 미국 일본 유로권 중앙은행들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http://msdw.talkpoint.com/roach/20020910.asp)에서 로치씨는 먼저 유럽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3.25%로 유지키로 한 최근의 결정을 비판했다.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시켜야 하는데 비현실적인 원칙에 매달려 융통성 없이 굴었다는 것.
그는 일본 중앙은행이 1980년대 실물경제 흐름을 뒤따라가는 데 급급해 결과적으로 자산시장의 거품을 조장했다고 꼬집었다. 1990년대 초 거품이 터졌을 때는 뒤늦게 긴축정책을 펴는 바람에 휘청거리는 경기를 아예 주저앉혔다는 것.
비난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집중됐다.
1990년대 초 신경제 열풍이 불어 기업들이 무리한 자본투자에 나서고 주부들이 은행예금을 털어 앞뒤 안 가리고 주식을 사 모을 때 FRB가 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
“고작 앨런 그린스펀이 1996년에 ‘비이성적 풍요를 경계한다’고 점잖게 한 마디 한 것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
그는 중앙은행들의 한 템포 늦은 수세적 대응을 물가 안정을 절대시하는 교조(敎條)적인 사고 탓으로 돌렸다.
그는 90년대 초부터 줄기차게 미국 경제의 체질에 대해 비판적인 진단을 내려온 ‘월가의 비관론자’다. 20여년 전 찍은 사진을 아직도 자신의 칼럼 페이지에 내거는 고집처럼….
뉴욕대 경제학박사인 그는 FRB와 브루킹스연구소를 거쳐 82년부터 모건스탠리에서 일하고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