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이 있다고 심장장애인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키가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그냥 사람입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구분부터 사라져야 합니다.”
한국 특수교육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김정권(金正權·65·사진) 전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장애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건물, 장애인식, 장애정책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정년 퇴임한 그는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던 1964년 대구대 특수교육학과에 부임한 뒤 38년 동안 한국의 특수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고 연구했다.
퇴임을 앞둔 지난달 23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퇴임기념식에서는 전국에서 참석한 500여명의 학자와 학부모들이 수십년 동안 장애인을 위해 그가 보여준 ‘정성’에 눈시울을 붉혔다.
“장애인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면서 자꾸 제외시키려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보는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을 위해 승강기와 경사로가 있는 건물과 없는 건물을 생각해 보세요. 휠체어 타는 사람이 장애입니까, 계단만 있는 건물이 장애입니까. 키가 큰 사람이 사람의 기준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장애인을 전제로 하는 ‘특수교육’ ‘특수학교’란 용어도 없어지는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동하면서 공부하는 통합교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바로 옆에 학교를 놔두고 1∼2시간씩 버스를 타고 특수학교에 가는 현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장애입니다. 일반학교 학생의 20% 정도는 특수교육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정신지체연맹(AFMR) 회장을 맡기도 했던 김 전 교수는 92년 정신지체부모대학을 설립했으며 그동안 5000여명이 이 학교를 수료했다.“장애인 본인보다 부모가 더 답답합니다. 장애인 천국으로 불리는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활동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장애인이 차별받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나서야 합니다.”퇴임에 맞춰 장애아 부모들이 만들어준 ‘도전의 시간 따뜻한 영혼들’이라는 책을 받아든 그는 “장애인 부모운동을 위해 남은 삶을 바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