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재 확보와 유지전략/로버트 워터맨 외 지음 이상욱 옮김/278쪽 1만2000원 21세기 북스
벤처 열풍이 꺼졌다고 하지만 능력만 있으면 요즘처럼 창업하기 쉬운 시절이 있었던가? 우리나라 대기업 인력의 40%가 넘는 직원이 경력 사원으로 채용되는 현실에서 능력만 있다면 요즘처럼 이직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던가? 수고했다고 등 두드려주고 월급만 주면 감사하던 직원들을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회사가 최고의 인재를 원한다면 그들의 환심을 사는 일이 만만치 않게 되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역동적인 시장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 새로운 인재관리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인재를 관리하는 일을 저수지를 유지하는 댐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았다면, 오늘날 인재를 관리하는 일은 흐르는 강을 관리하는 일에 더 가깝다. 기업이 적당한 성과와 충성심에 대한 대가로 직원에게 최소한의 직업 안정성을 제공했던 낡은 계약 관행은 사라졌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제 기업이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려면 그들의 취업 능력을 높이는 책임을 회사와 직원이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직원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계발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회사의 책임이며,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고 회사의 목적에 부응하는 것은 직원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애플 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선 마이크로시스템, 프루덴셜 생명 등과 같은 선진 기업들은 직원들의 경력 관리를 회사가 적극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헌신적인 열정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또한 저자들은 충성심 없는 시대에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보수 이외의 것을 준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흔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보수만을 고집하고 있지만 실제로 보수 외에 새로운 직무 설계, 동료들 간의 사회적 유대 관계, 회사의 지리적 위치 등과 같은 요인들이 인재 확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예컨대 UPS 같은 회사는 핵심 인력인 운전 기사의 이직률을 줄이기위해 가장 큰 원인인 화물 적재 업무를 운전 기사의 직무에서 떼어 버렸다.
특히 저자들은 잘못된 인력을 채용했을 경우 그 여파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채용에 매우 신중할 것을 지적한다. 채용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의 전략과 이에 필요한 직무를 먼저 정리해야 하며, 동료들과 관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채용될 인원이 구비해야 할 핵심 역량 목록을 작성할 수 있고 그 결과 채용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직원 채용과 경력 개발외에도 주식 투자로 월급 외 소득이 엄청난 부자 직원을 관리하는 방법 혹은 나쁜 습관을 가진 문제 사원들을 관리하는 방법 등도 소개하고 있다. IMF 이후 우리나라 인재 시장도 선진국 모습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말 잘 듣고 불만 없는 직원들로 경영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