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13일 수도권 및 제주도에서 땅투기를 한 혐의가 있는 3만1761명의 명단을 국세청에 보냈다고 발표하면서 일부 투기사례를 공개했다.
건교부는 이들이 모두 ‘부동산 투기자’란 뜻은 아니며 일부는 회사업무용 토지를 사기 위해 개인의 이름을 빌려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2건 이상의 땅을 사들였더라도 법을 위반하지 않고 세금도 제대로 낸 사람도 있을 수 있어 토지매입 자체를 바로 투기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투기 혐의자’ 가운데 상당수는 언뜻 보더라도 ‘정상적 투자자’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국세청의 세금 추징과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기거래 실태〓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밥먹듯’ 땅을 산 경우다. 인천에 사는 A씨(45)는 인천과 경기 시흥시 일대에서 나대지와 논 밭 임야 9900평을 23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제주도에 사는 B씨(61)도 23차례에 걸쳐 제주 북제주군 애월읍의 밭과 임야 1만6100평을 매입했다. 건교부의 조사 대상기간이 작년 1월부터 올 6월 말까지 1년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평균 23일마다 토지를 매입한 셈이다.
대형물건만 노린 ‘큰 손’ 투자자도 있다. 경기 양주군에 사는 C씨(56)는 포천군 신북면의 임야 30만5600평을 세 차례에 걸쳐 매입했다. 한 번에 10만평이 넘는 땅을 사들인 셈이다. D씨(39·경기 고양시)는 고양시 및 포천시와 인천 옹진군 일대에서 논 밭 임야 9만9000평을 15번에 걸쳐 매입했다.
미성년자를 앞세운 투자도 3건이나 된다. 올해 8세인 I군(서울)은 경기 가평군의 임야 1580평을 세 차례에 걸쳐 산 것으로 조사됐다. H군(13·경기 수원시)은 경기 평택시 현덕면 일대에서 임야 3400평을, G군(17·경기 양주군)은 경기 화성시 향남면과 양감면의 논 밭 임야 1200평을 각각 매입했다. 부모가 아이 이름을 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건교부측은 설명했다.
▽어떻게 처리되나〓일단 국세청은 이들의 직업과 연령, 소득수준을 확보한 뒤 되팔았다면 언제 팔았는지를 집중 조사한다. 여기서 투기혐의가 확인되면 양도세나 증여세를 제대로 냈는지를 다시 점검해 탈법 증여 사실이 확인되면 증여액의 20∼30%를 추징한다. 또 악의적인 탈세혐의자에 대해서는 ‘조세범 처벌법 9조(조세포탈)’에 따라 형사 고발한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당국자는 수도권 아파트 매입자에 대한 2차 자금출처조사 계획을 6일 발표하면서 “건교부로부터 토지 투기혐의자 명단을 넘겨받는 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세청은 지금까지는 양도소득세 증여세의 세액 탈루 규모가 2억원을 넘는 사람만 조세범 처벌법을 적용해 왔으나 이번에는 탈루 규모가 2억원 미만이더라도 상습적 조직적으로 이중계약을 했다면 고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불법 명의신탁 부동산이 확인되면 실제 소유주로부터 탈세액을 추징하고 부동산실명법 등 관련 법규 위반사실을 관계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다.
2회 이상 토지를 사들인 사람과 면적구분 거래자(명) 면적(만㎡)계31,761100%157,337100%2회22,67471.40%83,22952.90%3회5,57217.54%35,45722.54%4회1,8695.88%15,7049.98%5회7352.32%8,1825.20%6∼9회7342.31%11,9477.59%10∼19회1630.51%2,4641.57%20회 이상140.04%3540.22%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