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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혁당 사건 재심 통해 명예회복을

입력 | 2002-09-13 18:47:00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조작됐다고 발표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은 우리가 지나온 어두웠던 시대에 일어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관련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중앙정보부가 발표할 당시부터 유신체제 수호를 위한 시나리오에 꿰맞춘 인상을 강하게 주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이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었고 국가체제에 대해 비판적 또는 부정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인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이 극형을 받았다면 잘못된 일이다. 1차 인혁당 사건도 서울지검 검사들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소를 거부하고 사표를 쓰는 바람에 당직 검사가 기소를 하는 편법을 썼다.

인권 보호와 증거 재판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치로서 설사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보부는 1차 인혁당 관련자들을 10년 만에 다시 끌어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조작하면서 물고문 전기고문을 자행했다고 진상규명위원회가 밝혔다. 검찰에서도 피의자들이 부인하면 중정 수사관이 지하실로 데려가 고문을 자행했다고 하니 증거 능력이 없는 강압에 의한 진술조서로 유죄판결을 내린 사법살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정보부가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대학생 교수 종교인들이 연루된 민청학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민심의 호응을 얻기 위해 붉은 색깔이 도는 배후조직과 연계시키는 시나리오를 썼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 사건 관련자 8명을 대법원에서 사형판결이 내려진 지 20시간 만에 처형한 것은 조작 수사의 진상을 은폐하려 한 국가살인이라고 할 만하다.

재심 등을 통해 인혁당 관련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사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독재정권 시대에 이루어진 억울한 죽음들의 진상이 밝혀질 수 있도록 의문사진상규명위의 활동 시한을 연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