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다가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마당극을 오후 7시반 샘머리공원 광장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에 기뻤다. 바쁘다는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일찍 와 달라고 부탁하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는 공연 보면서 아깝게 잠들까봐 달래서 낮잠을 재웠다. 김밥 음료수 돗자리를 모두 챙기고, 큰아이가 학원에서 나오자마자 차에 태우고 정신없이 샘머리공원으로 갔다. 어두컴컴한 공원에서 대충 식사를 하고 30분이 넘었는데도 연극한다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다른 몇 가족들도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봤는데 하며 황당한 표정이었다. 시청에 전화했더니 “관리소에서 허락하지 않아 갑자기 동구 성남동으로 장소가 바뀌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어린애들끼리의 약속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장소가 바뀌었는데도 현장에 온 사람들을 위해 “미안하다”는 안내문 하나 없어 정말 화가 났다. 집에 오면서 “왜 연극 안 보고 그냥 가요?”라며 떼쓰는 아이한테 할 말이 없었다.
이종오 대전 서구 만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