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휴대전화 수출 계약하러 갔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식이 아닌 유럽방식(GSM) 단말기 수출로 재미를 보고 있는 벨웨이브의 양기곤 사장이 주인공입니다.
양 사장은 CDMA를 처음 상용화할 때 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상용화 기술 개발에 직접 참여한 엔지니어 출신 CEO인데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올 초 벨웨이브의 기술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중국 굴지의 가전메이커 임원진이 한국 사무실로 직접 찾아왔답니다. ‘마진’은 충분히 보장해 줄 테니 중국용 GSM 단말기를 자기들 공장에서 만들어 달라면서요.
연간 생산물량이 1000만대도 가능하다는 말에 구미가 당겨 협상을 시작했고 마침내 계약서에 마지막 사인을 하러 중국으로 갔답니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도착하자 태도가 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제품 가격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중소업체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조건들을 강요하면서.
안 되겠다 싶어 모든 것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더니 태도가 확 바뀌더랍니다. “살아서 한국에 갈 수 있을 줄 아느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한국행 비행기도 취소하겠다”는 위협과 함께. 실제 도시 전체가 이 회사의 영향권 아래에 있어 이 회사가 손쓰면 비행기편 취소쯤은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으로 나와 한국행 비행기까지 탔는데도 이륙할 때까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답니다.
이후 벨웨이브는 중국 아모이소닉사와 손잡고 자체 개발한 GSM단말기를 현지 생산방식으로 수출해 단말기 한 모델로 올해에만 40만대를 팔았습니다. 중국 내 단일 모델 판매량으로는 최고라고 합니다.
양 사장은 요즘도 중국업체들로부터 비슷한 제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들이 온갖 유혹을 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답니다. 그것보다는 협상에 임하는 상대방의 진지한 자세나 신뢰성에 무게를 둔다는군요.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