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2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직원들. 왼쪽에서 네 번째 넥타이 차림이 이홍렬 사장.
직원 9명에 매출액 420억원. 97년 10월 설립돼 그해 올렸던 매출액은 30억원. 5년 만에 매출액 기준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전 세계 문서 공유의 표준인 애크로뱃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이흥렬(李興烈·41) 사장이 털어놓는 급속 성장의 비결은 의외로 평범했다.
건실한 대리점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 처음 한국어도비시스템즈가 세워졌을 때만 해도 대리점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대리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매출액보다는 활동보고서를 더욱 중시해 열심히 뛰는 업체들과 계약했다.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통상적인 대리점뿐만 아니라 대기업, 교육기관, 정부기관 등을 상대하는 대리점을 따로 모집하는 등 대리점의 다양화를 꾀했다.
철저한 ‘아웃소싱’ 전략도 성공의 또 다른 비결. 현재 한국어도비시스템즈에는 사장 1명을 빼면 마케팅부와 관리부, 영업부가 있을 뿐이다. 광고, 이벤트, 고객지원 등 지원업무는 모두 외부업체에 맡겼다.
이 사장은 “미국 본사는 기술력에 집중하고, 한국 지사는 시장을 개척하는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며 “영업 이외는 모두 아웃소싱으로 전문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연평균 10억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높은 기술력덕도 크게 봤다. 그래픽 차원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을 듣는 포토샵, 용량이 큰 이미지 파일을 읽기 전용으로 만들어 용량을 10분의 1로 줄인 애크로뱃 등과 같은 프로그램은 경쟁업체를 앞선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는 전체적인 IT경기 침체로 매출액이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디지털 동영상까지 편집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 곧 나오고, 전자서적까지 기술영역을 넓히면 장기적으로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게 이 사장의 분석이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