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사 김모 팀장(30)과 S사 장모 과장(31)은 PC 모니터 상에 지도를 띄워 놓고 약속 장소를 찾고 있었다.
김 팀장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부근의 지도 위에 빨간 선을 그으며 설명했다.
“장 과장님, 1번 출구로 나오셔서 농협을 끼고 이렇게 오른쪽으로 돌아서 50여m 올라오면 동남빌딩이라고 있어요….”
“그래요. 그럼 동남빌딩 앞에서 봅시다.”
김 팀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장과장은 송파구 가락동의 각자 사무실에서 나와 약속장소로 향했다.
▽메신저 새바람〓메신저가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MSN 야후코리아 프리챌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의 업체가 내놓는 메신저가 채팅 뿐 아니라 주식정보 쇼핑 커뮤니티 스케줄관리 소프트웨어 공유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기업에서도 꼭 필요한 업무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김 팀장과 장 과장이 이용한 메신저의 ‘화이트보드’ 서비스는 전화통화나 채팅으로 설명하기 힘든 길 안내 등을 위한 기능. 메신저 상에서 대화상대를 ‘화이트보드’로 초대한 뒤 지도 등을 띄우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 그림을 볼 수 있다. ‘화이트보드’에 내장된 펜과 지우개 포인터 등의 도구를 이용해 지도 위에 선을 긋거나 위치를 가리키며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액토즈소프트의 양윤정대리(27)는 메신저를 개인비서로 사용한다. 출근하자마자 메신저를 띄워 놓기만 하면 협력사와의 미팅 사내회의 등이 시작되기 30분 전에 미리 알려준다. 양 대리는 “거래처와 관련 업계의 주가 추이, 기술진과 프로그램 공유 등을 모두 메신저로 하기 때문에 메신저가 없으면 업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익스플로러 대신 메신저?〓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의 75%가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으며 업계 1위인 MS메신저의 경우 사용자 수가 500만∼600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회원 가입만 하고 방문하지 않는 일반 인터넷 사이트와 달리 메신저는 가입자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광고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케이블방송 홈쇼핑 CJ몰(www.cjmall.co.kr)은 8월초 MS메신저와 제휴를 한 뒤 한 달만에 하루 매출이 4억∼5억원 수준에서 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방문자 수는 하루 50여만명에서 100여만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 마케팅팀 임지현과장은 “광고 등 여러 가지 요소 중 메신저와의 제휴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익스플로러 위의 메신저!〓프리챌 시스템기획팀의 유병진주임은 “곧 메신저가 익스플로러의 상위개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당수 콘텐츠가 메신저 자체에서 사용할 수 있거나 메신저에 링크돼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들어가기 전에 메신저를 띄우는 습관이 생기고 있다. 메신저는 △익스플로러와 같은 웹브라우저를 통합 관리 △‘스팸메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신뢰도 높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P2P(Peer to Peer)방식의 프로그램 공유나 파일 교환 등의 도구로 인터넷 무대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이 기사는 메신저로만 취재해 작성됐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