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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총선현장을 가다]대접전… 41% 부동층이 최대 변수

입력 | 2002-09-15 19:17:00

곽민영기자


《독일 총선인 연방하원 선거(22일)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초반 열세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SPD)이 홍수와 대 이라크 공격 반대 등의 이슈를 선점하면서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지사의 기민-기사연합(CDU-CSU)을 맹추격, 양 당의 지지율은 평균 38%대에서 팽팽히 맞서 있다. 사상 유례 없는 접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또한 유럽 전역에서 우파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어서 결과에 따라 유럽 중도좌파가 명맥을 이어갈지, 우파가 시대적 조류임을 재확인할지 판가름하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보 국제부 곽민영 기자가 독일정부 초청으로 25일까지 독일 총선을 취재하기 위해 10일 출국했다. 현지에서 본 선거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한다.》

▼부동표 향배▼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맙 조사 결과 9월 현재 부동표는 전체 유권자 6120만명 가운데 22%에 이른다. 다른 조사기관 포르자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가운데 41%가 현안을 해결할 정당이 없다고 답하는 등 정치에 대한 염증이 만연해 있는 상태.

전통적으로 부동표가 많아 캐스팅보트로 자주 거론되는 곳은 구동독 지역이다. 때문에 각 정당은 통일 이후 경제난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대규모의 경제 지원 등 유인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16일 동독 지역 라이프치히를 찾아 표몰이에 나선다.

▼각당의 합종연횡▼

정당이 많아 어느 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힘든 현실 때문에 독일 선거에서는 정당간 연립정부 구성이 관심의 대상이다. 전통적 킹메이커는 사민당과 기사-기민연합을 오가며 연정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온 자민당(FDP)이다.

사민당이 집권할 경우 현재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과 계속 손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민당 소속 요켄 디에크만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법무장관은 11일 “녹색당이 좋은 파트너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브리타 하젤만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토지장관도 12일 “녹색당은 사민당과의 동맹을 이어가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녹색당의 지지율이 저조할 경우 과반수 확보를 위해서는 사민-녹색-자민의 신호등(적-녹-황) 연정이나 기민-기사연합과의 대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민-기사연합이 정권을 잡으면 자민당과 연정하기 가장 쉽다.

인프라테스트 디맙의 9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예상 가능한 조합으로 사민+녹색(29%), 기민-기사연합+자민(26%), 사민+기민-기사연합(11%), 사민+자민(8%) 등을 꼽았다.

▼민사당의 운명▼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의 운명도 주요 관전포인트. 여론조사 결과 민사당은 정당 지지율이 평균 4%에 그치고 있어 이른바 ‘5% 규정’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당 지지율이 5%를 넘거나 지역구 의석이 3개 이상이 돼야 의회에 진출할 수 있지만 민사당은 두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 게다가 사민당과 기민-기사연합 모두 민사당과는 연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브리엘 짐머 민사당수는 12일 “사람들이 사민당 외에 좌파를 더 원치 않는데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동독에서조차 서독으로의 인구 이탈로 지지율이 저조하다”며 “그러나 아직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여지가 남아 있어 서독에서 평균 2%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를린=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