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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임경수 감독의 '도둑맞곤 못살아'

입력 | 2002-09-16 17:51:00

박상면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도둑맞곤 못살아’


임경수감독의 데뷔작 ‘도둑맞곤 못살아’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일단, ‘조폭 코미디’의 변주들로 넘쳐나는 충무로 코믹 액션 영화의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조폭도, 각목과 쇠몽둥이를 들고 싸우는 패싸움 장면도 없다.

이 영화는 기본 구도는 ‘취미로 물건을 훔치는 멋진 엘리트와 소심한 가장의 한판 대결’. 일본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사이토 히로시의 소설 ‘도둑맞곤 못살아’가 원작이다.

주연은 온갖 경제주간지의 표지 모델을 장식할 만큼 잘 나가는 게임 프로그래머 최강조(소지섭)와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두 자녀를 둔 공무원 고상태(박상면)다.

최강조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도둑질. 흡사 산업 스파이를 방불케 하는 첨단 장비와 기술로 최강조는 실패율 0%를 자랑한다. 집에 침투해 물건을 훔칠 때까지의 짜릿한 스릴을 즐기는 만큼 ‘수확물’도 고작 TV 리모컨과 돈 3만원 정도다.

고상태는 속수무책으로 도둑에게 당해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무능한 가장으로 낙인 찍히자 직접 도둑을 잡기 위한 한판 대결을 준비한다.

발명가인 아버지와 맛을 모르는 미맹(味盲)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미맹이면서도 ‘돼지 귀 초밥’ 등 온갖 엽기 요리를 만들어내는 아내(송선미)의 캐릭터도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방범견인 ‘네시’가 새벽 4시만 되면 짖어댄다는 식의 말장난 같은 설정은 한두번의 웃음은 자아내지만 자주 반복돼 식상하다.

신인 감독의 첫 장편인 만큼 아쉬움도 있다. 극적인 긴장감이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밋밋한 느낌을 주는 구성이 흠. ‘급소’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무술 대결 장면 등 필요 이상 들어간 ‘곁가지’ 장면들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에 따라 10분 가량의 분량을 잘라내고 상영시간을 96분으로 줄였다. 프로게이머 임요한도 잠시 얼굴을 내민다. 15세 이상. 27일 개봉.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