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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공정한 승부가 야구 성장 비결

입력 | 2002-09-16 18:03:00


야구 취재를 하다 보니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별 생각이 다 든다.

만약 SK 강병철감독이 오랜 친구인 두산 김인식감독을 위해 LG와의 남은 2경기에선 선발투수를 총 출동시키는 전력을 다한 뒤 시즌 막판인 28일 두산과의 경기에선 B급 투수를 내 한수 접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경기들 때문에 LG와 두산의 한 시즌 농사가 좌우된다면….

당사자들이 들으면 펄쩍 뛰고 뒤로 자빠진 뒤 기자를 호되게 나무랄 일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다.

기왕지사 말 나온 김에 계속하자. 삼성 이승엽이 시즌 막판 홈런 1개가 아쉬울 때 절친한 후배인 두산 박명환이 눈 질끈 감고 몸쪽 높은 밋밋한 직구 하나쯤 서비스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공 하나에 이승엽이 홈런왕을 차지하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상까지 휩쓴다면….

또 국내 투수와 심판들은 이승엽과 함께 치열한 홈런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외국인 선수인 SK 페르난데스가 타석에 서면 집중 견제하는 ‘이지메’를 가하는 것은 아닐까.

웬 쓸데없는 잡념이냐고 반문할 팬도 있겠지만 기자의 생각하는 바는 이렇다. 최소한 올해는 이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프로야구처럼 공정한 승부가 계속된 종목도 드물다. 팀당 한해 100경기 이상을 치르는 프로야구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별다른 잡음없이 성장을 계속한 원동력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분이긴 했지만 선수나 지도자, 심판원의 친소 관계에 따라 막판 승부가 영향을 받아왔다는 사실도 부인하긴 힘들다. 84년 삼성의 져주기 경기가 그랬고 포스트시즌만 되면 피해의식을 토로하는 사령탑이 속출한 것도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올해는 두산이 지난주초 SK에 연패를 당한 것을 비롯,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하위팀이 상위팀의 공정한 레이스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남은 한 장의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고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LG와 두산의 레이스가 막판까지 야구팬의 흥미를 더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