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작년 말의 엔론 사태 이후 계속해서 회계부정과 잘못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지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이 지적되는 사항 중의 하나는 최고경영자 등 기업 임원의 보수가 터무니없이 높고 사후적으로 따져볼 때 기업 성과와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경우는 최고경영자의 보수가 터무니없이 높다거나 성과에 연동되어 있지 않다거나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판단을 원천적으로 불가능케 하는 공시의 불투명성에 있다고 하겠다.
미국에서는 공개법인의 경우 상위 수령자 4인의 보수가 매우 투명하게 공개된다. 보수를 책정하는 기준과 절차, 그리고 그 주체가 의무적으로 공시되고 임원마다 지난 3년간 받은 보수가 그 종류별로 공시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스톡옵션과 주식에 대해서만 등기임원별로 그 지급명세가 공시되지만 기본급과 보너스는 등기임원 전체에게 지급된 액수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최고경영자나 등기임원의 보수가 재벌총수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결정되는지 아니면 진정으로 성과에 연동되어 지급되는지 주주들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필자는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주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현재의 공시제도를 대폭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실익이 있다. 먼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주주들이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가 과연 기업성과에 연동되어 있는지 감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둘째, 최고경영자 또는 등기임원들이 재벌총수나 정부의 이익보다는 진정으로 주주의 이익에 부합되게 경영할 유인을 제공해 준다.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보수위원회에서 주주들에게 공개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수를 책정하고 그 결과를 등기임원별로, 그리고 보수항목별로 주주들에게 공개한다면 등기임원들은 보수책정에 영향력이 없는 재벌총수나 정부의 이익보다는 주주이익에 부합되도록 경영할 것이다.
셋째, 보수의 투명성 제고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고경영자들이 현재의 수준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 준다. 이사회가 밀실에서 본인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현재의 낙후된 체제에서는 보수를 높일 수 있는 명분이 매우 약하다.
재계는 임원 보수의 투명성이 인권침해라고 반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주주와 최고경영자의 관계는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관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용자가 피고용자의 보수를 결정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되고 사후적으로 얼마를 받았는지는 알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공개법인이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조달해 사업을 하는 법인인데,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르는 것이 페어플레이라고 생각한다.
김우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