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16일 1년9개월에 걸친 조사활동을 마감했다. 조사 활동은 마감됐지만 진상규명위는 내년 3월까지 존속하게 된다. 다음 달 16일까지 그 동안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내년 3월16일까지 보고서 출간과 각종 권고 조치를 하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된다.
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 의문사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진상규명위는 조사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조사 기한인 16일까지 법 개정은 무산됐지만, 기간 연장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많아 조사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국민연대’는 16일 “국회의원 273명에게 보낸 법 개정 여부를 묻는 질의서에서 72명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법 개정에 소극적이었던 한나라당 의원 29명이 포함돼 있어 법 개정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치권에 법 개정을 요구하며 대통령 선거와 연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도 각 정당이 무시할 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국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진상규명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고 기간 제한 없이 조사할 수 있도록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며 “조속한 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대통령선거에서 전면적인 반대투쟁을 벌이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의문사가 정치권의 비협조로 다시 어두운 역사 속에 묻히게 된 것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시한 연장과 조사 권한 강화를 담은 특별법을 하루빨리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연대 이은경 사무처장은 “답변서를 보내온 국회의원 외에도 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이 70명 이상 더 있는 것으로 파악돼 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권력개입 18건 인정▼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1981년 삼청교육대 피해자 전정배씨 사망사건 등 8건을 ‘의문사’로 인정하고 12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으며 12건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오후까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불법적인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로 인해 숨진 것으로 인정된 사건은 최종길, 김준배씨 사건 등을 포함해 모두 18건으로 늘어났다. 진상규명위는 81년 삼청교육 대상자로 순화교육을 받던 중 감호생 집단난동 사건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 중 숨진 전정배씨에 대해 당시 전씨가 국가가 위법하게 시행한 삼청계획에 의해 삼청교육 대상자로 끌려간 뒤 감호소에서 구타 중단, 귀가 조치 등 6개 항을 요구한 것은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한 행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1988년 후지카 대원전기 경비실 직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회사측이 조직한 구사대의 파업농성 강제해산에 항의해 회사 간부의 방에서 음독 자살한 오범근씨(당시 37세)씨 역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의 개입으로 숨진 것으로 인정됐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