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하면 왠지 조직도 느슨하고 주주를 위해서도 그다지 열심일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여러 공기업이 증시에 상장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공기업의 가치도 주가로 평가받는 시대가 왔다. 포스코 한전 담배인삼공사 KT(옛 한국통신) 등 거래소에 상장된 공기업 대부분이 기업설명(IR)에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주주정책을 펼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 '株主제일주의 현장을 가다' 연재기사 보기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가스공사 주가는 올해 한때 1만40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회사 주변의 온갖 악재들이 올해 크게 부각됐기 때문.
가스공사는 정부가 보장하는 독점기업인 탓에 마진을 정부가 정해준다. 이를 투자보수율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이 보수율은 금리에 연동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가스공사의 보수율도 7%대로 떨어졌다. 가스공사 영업이익률이 크게 나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연간 1조원씩 설비투자를 했다. 돈 쓸 곳이 많으니 회사의 현금흐름도 나빠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올해 최악의 상황을 거의 통과했다. 보수율이 더 오를지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규모 설비투자도 마무리됐다. 2003년부터는 투자비용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가스공사로서는 지금이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주주를 중시하는 공기업〓2001년 기획예산처 시상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 1위. 2002년 안전관리 우수기관 대통령표창. 2002년 환경경영대상 특별상. 능률협회 시상 공기업부문 경영대상 2연패(2001, 2002년). 2002년 능률협회 시상 최고경영자상 수상.
가스공사가 ‘효율적인 공기업’이 되고자 쏟은 노력의 성과물들이다.
여기에 적극적인 주주정책도 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9년 상장 이후 액면가 대비 약 20%의 높은 배당을 유지했다. 현금흐름이 좋아진 올해에는 30%의 높은 배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 매년 두 차례씩 회사 대표가 직접 해외 IR를 갖는 등 공기업답지 않게 적극적인 IR 활동을 하는 것도 큰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액면가 30% 배당 약속지킬 것”▼
한국가스공사 김명규(金明圭·60·사진) 사장은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
2000년 9월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부임할 때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김 사장은 “그런 이야기(낙하산 인사)를 듣기 싫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한다. 최근 가스공사가 보여준 적극적인 주주정책도 김 사장의 주주 중심 경영철학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높은 배당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가스공사는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줄 줄 아는 회사다. 회사가 이익을 내는 한 주주들과 이익을 함께 나눌 것이다.”
-올해 액면가 대비 30% 배당을 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가능한가.
“올해 실적이 상당히 좋아졌기 때문에 30%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1997년 환율 변동 탓에 크게 적자를 낸 적이 있다. 환율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환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매월 한 번씩 회의를 한다. 또 올해 4월부터는 환관리 전산시스템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한국가스공사 액면가 대비 배당률 (단위:%)연도배당률1999정부 7%, 한전 및 지자체 10%,일반투자자 25%2000정부 한전 13.5%,일반투자자 18%200125%1999,2000년은 차등배당 2001년은 일률 배당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