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을 취재하는 저는 요즘 업계에 계신 분들을 만날 때마다 ‘자녀에게 용돈관리는 어떻게 시키는지, 돈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지’ 등 이것저것 묻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찾기 위한 것인데 대부분은 (실망스럽게도) 아주 닮은꼴입니다.
지난주 만난 한 증권사 임원의 답변입니다.
“중학교 1학년짜리 딸이 있는데 ‘돈이란 부모에게 요구하면 주는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집안일을 거들 때만 용돈을 줘요. 노동의 대가로만 돈을 주는 것이죠.”
이 교육법은 부모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일에 대한 보상으로 돈을 줘 아이에게 ‘아, 돈이란 공짜로 생기는 게 아니구나, 애써 마련한 만큼 아껴 써야지’라고, 돈의 가치를 깨닫게 하려는 것이지요.
이런 방법을 통해 성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한 독자는 e메일을 통해 “용돈만 받으면 PC방으로 달려가거나 군것질에 다 써버리는 버릇을 고쳐주려고 가사를 도와 용돈을 마련하게 했더니 이제는 집안일도 잘 돕고 돈도 짜임새 있게 쓴다”는 ‘성공사례’를 보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돈이 아니면 어떤 일도 하려 들지 않거나 모든 일을 돈의 가치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 선배가 들려준 당혹스러운 경험의 한 토막입니다만 6세 난 아들이 혼자서 ‘응가’를 한 뒤 “아빠, 돈” 하면서 손을 내밀더랍니다. 늘 ‘장한 일’을 한 뒤에는 돈으로 보상해줬더니 일종의 조건반사가 된 것이지요.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노동의 대가로 돈을 줄 때는 반드시 ‘보상받지 않아도 해야 할’이 있다는 것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집안일은 가족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대표적 사례지요. (우리 사회에선 집안일 외에 어린 자녀가 할 만한 일이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일 자체가 주는 기쁨’도 경험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사회에는 화폐가치로는 평가되지 않는, 그러나 이를 통해 자존심을 키울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하면 돈을 줄게” 같은, 돈으로 행동을 유발하는 방식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더군요.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