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필자의 한국생활은 3년째로 접어든다. 그간 한국이라는 나라에도 어지간히 정이 들었지만 특히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매력이 느껴지는 것은 한국의 음식이다. 일본에서 자라 미국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경험해봤지만 한국에 와서 느낀 한국 음식의 깊이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사실 매운 것을 그리 즐기지 않던 필자에게 한국 부임 후 직원들과 처음 들른 식당에서의 김치찌개는 말 그대로 공포였다.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빨간 고춧가루를 푼 물 속에 김치, 돼지고기, 두부가 부글대며 끓고 있었다. 과연 내가 이것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에 한 수저를 주저하며 입에 넣었다. 김치찌개 한 수저를 삼킨 후 매워서 물을 여러 모금 마셔 입안을 식히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뒤끝에 느껴지는 묘한 매력은 그날 이후 계속 입안에 남아 있었다.
그 후로는 점점 김치찌개 집을 자주 찾아가게 되고 식사량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고 말았다. 이제는 김치찌개가 주는 매운 자극이 없으면 점심을 먹은 것 같지 않을 정도라고 고백하면 주위 사람들도 놀란다.
감자탕은 어떤가. 그간 필자가 해물탕에 빠져있던 몇 개월의 시간을 마감하게 해준 희한한 음식이 또 이 감자탕이다. 돼지 뼈다귀라고 불리는 거대한 뼈와 그 사이사이에 붙어 있는 살코기, 이에 질세라 주먹만한 감자덩이가 필자 같은 외국인에게는 감히 근접하지 못할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 생활 3년에 자신만만한 도전의식을 갖고 경험했다. 그 맛이란…. 세계 어디에도 이런 재료로 이렇게 맛있는 국물 맛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그 음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 또한 그 음식의 맛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조미료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과 어울려 한국음식을 순례하러 다니기를 좋아했다.
요즘엔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휴일에 함께 할 직원이 없어도 필자 혼자 음식 순례를 할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최고급 세단을 놓아두고 필자는 전철과 버스를 갈아탄다.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또한 10여분 걷는 약간의 수고를 하면서도 한남동의 유명한 감자탕 집에 들어서면 진짜 삶의 향이 나는 것만 같다.
이제 단골이 다 된 필자를 대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자세는 한국 손님들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아저씨, 국물 더 드려요?”하는 말을 겨우 알아듣는 필자에게 가끔씩 소주 한 병씩을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맛은 인심에서 나온다는 어느 한국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야스노 히데아키는 누구?▽
1948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1970년 홋카이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토요타자동차판매㈜에 입사했다. 미국 토요타자동차판매㈜ 및 일본 토요타자동차㈜를 거쳐 미국 토요타자동차판매㈜ 부사장을 역임했다. 1997년 토요타자동차에서 중국시장을 담당한 뒤 2000년부터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에 재직 중이다.
야스노 히데아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