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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126…백일 잔치 (11)

입력 | 2002-09-17 18:33:00


의열단 사람들은 고문을 당하고 있는데 우리들은 목욕탕에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군….

아이구, 그럼 탕에서 나가면 의열단에 들어갈까?

내이동 사는 고씨네 아들 인덕이도 의열단원이다 그 집은 유복하니까 인덕이를 대구 계성학교에 입학시키고, 아버지가 여기저기 자랑을 하고 다녔는데.

밀양에 폭탄을 잔뜩 가져 왔재?

아이구, 왜견(倭犬)을 한 마리도 못 죽이고 붙잡혀버렸다.

징역 3년 받았는데, 1년 6개월만에 가석방이 돼서 나와가지고, 한동안 밀양에 있었재 아마?

가재를 팔아서 3천엔이란 큰돈을 의열단에 제공했다더라.

3천엔이라! 아이고!

대대로 지주였다 아이가. 아이구, 아들이 둘에 딸이 둘 있다 카든데….

…우리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대한독립을 볼 수 있겠나. 우철이하고 운남이가 어른이 되고, 그 자식들이…어이! 물이 뜨겁다!

아이구, 뜨거버라!

뜨겁다!

남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경순이 카운터에서 나와 여탕의 나무문을 열었다. 뭐라꼬! 아내와 정부가 나란히 탕에 몸을 담그고 있다! 경순은 자기 얼굴이 벌거벗고 있는 듯한 느낌에 눈을 치켜 떴다. 아이구, 파렴치하네! 와 다들 아무 말 않고 있는데? 희향이 아직 모르는가 보재. 경순은 희향이 앞에서 손바닥을 물에 담갔다.

“아이구야, 뜨겁네. 미안합니다, 아궁이 불 줄이라고 얘기할 테니까. 보소 여정 아줌마! 빨래는 집에 가서 하이소!”

“세 장뿐인데 뭐 어떻다고 그라노.”

“규칙이라 안 되는 거지.”

“아이고, 깍쟁이처럼 굴지 좀 마라. 5분이면 끝난다.”

“참 나!”

경순은 혀를 차면서 목욕탕에서 나갔다.

뜨겁다! 하지만 먼저 나가면 이 여자 눈앞에서 엉덩이를 보이게 된다. 두근 두근! 이 여자는 나중에 들어왔으니까 아직 여유가 있겠지. 슬슬 나가려고 했는데 왜 들어왔단 말인가! 개같은 년! 먼저 나가! 두근! 두근! 이 여자의 거기가 잠겨 있는 물에 나의 거기도 잠겨 있다. 그 사람은 나의 거기에도 이 여자의 거기에도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참을 수 없다! 뜨겁다! 희향이 탕 속에서 무릎을 꽉 잡았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