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학에서 실시한 청소년 문학상의 당선작이 같았다.
한 출판사는 당선작이 기성 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당선작 작품집을 전량 폐기했다.
청소년 문학상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이런 사례들은 드문 일이 아니다. 청소년 문학상을 주관하는 한 단체의 관계자는 “2∼3년 주기로 표절 사건이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상 주변을 배회하는 소위 ‘꾼’들이 있어 중복 투고도 빈번하다”고 밝혔다.
청소년 문학상이 큰 관심을 얻게 된 것은 1997년 이후 대학 입시 제도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대학별 수시 모집에서 문학 특기자 전형이 실시되자 청소년 문학상이 우후죽순으로 제정됐고 이로인해 청소년 문학상이 입시 관문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
청소년 문학상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문제는 중복 투고와 표절이다.
‘작품 응모와 백일장 참여로 한 해를 보내는 학생들마저 있다’고 할 정도로 동일 작품을 여러 곳에 살포하듯 응모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 문학상 주체들의 정보 교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중복 투고된 작품을 당선작이 아닐 경우 걸러내기 어렵다.
표절도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다. 올해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실시한 청소년 문학상의 시 부분에 당선된 고등학생의 시가 기성 작가의 시를 표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학생은 작가회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시를 그대로 응모했다”며 “대학 입시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 놓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그냥 베끼는 표절 뿐 아니라 기성 작가들에 의해 손질되거나 문학 과외를 통해 생산된 작품을 응모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이런 경우 어디서 본듯한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산청소년문학상’을 주최하는 대산문화재단의 곽효환 문화사업팀장은 “청소년 문학상이 과열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피하게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자정 과정을 겪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