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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前법무 ‘사법개혁론’ 출간

입력 | 2002-09-18 17:53:00


“사소한 법규 위반자라도 경찰과 검찰이 불러서 일일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해 재판에 넘기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김종구(金鍾求·사진) 전 법무부장관은 최근 펴낸 ‘형사사법 개혁론’에서 “검찰이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피의자를 무조건 재판에 넘기는 사법절차 때문에 해마다 국민의 사법비용이 늘어나고 사건 당사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장관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식품위생법, 자동차관리법,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 등 사안이 경미하고 산업사회의 특성상 대량으로 발생하는 사건까지 일반 형법 위반 사건처럼 피의자에게 소환장을 발송하고 신문조서를 작성한 뒤 범죄경력 조회서까지 붙여 법원에 기소하는 방식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로 검찰의 인력 낭비라는 것.

이 때문에 한 달에 200∼300건씩 처리해야 하는 검사들은 사건을 법원에 넘기는 데 급급하고, 정작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할 중요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김 전 장관은 지적했다. 검찰의 사건 처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여기서 비롯된다는 것.

그는 “미국과 영국은 간이 절차를 통해 재판하는 치안판사 제도를 통해 경미한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일본도 부(副)검사 및 간이법원 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경미한 사건과 중요한 사건의 처리 절차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간이 절차를 통해 각각 형사사건의 90%와 70%를 처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검찰이 기소하는 사건의 85%가량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전 장관은 실제로 94년 서울지검장 재임 시절 일본의 부검사 제도와 비슷한 검사 직무대리 제도를 시험 실시해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우리나라의 고소 고발사건 수는 일본의 50배로 기소율은 20%에도 못 미친다”며 “무분별한 고소 고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소 고발 선별 수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무부장관을 마치고 98년 변호사를 개업한 김 전 장관은 현재 동국대 법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