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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송산 ‘포도마을’ , 바닷가 포도밭에 소망이 주렁주렁

입력 | 2002-09-18 18:06:00

송산꿀포도의 원산지인 마산포의 고포교회 아래 포도밭. 화성 마산포-조성하기자



《‘계절의 미각’이란 참으로 탁월하다. 포도 역시 그렇다. 가을이라기엔 한낮 무더위가 여름 못지 않고, 여름이라 하기엔 아침저녁 쌀쌀함이 가을을 닮은 이 즈음. 일교차 커야 단물쏙쏙 드는 포도가 이즈음 수확철인 것은 한치의 틀림도 없는 자연의 섭리다. 달콤새콤 포도향이 코끝에서 떠나지 않는 남양반도의 포도마을(경기 화성시 송산 서신면)로 계절의 미각을 찾아 떠난다.》

세상사 포도만 같다면 걱정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묻는 분. 아직 포도나무 본 적 없는 분들이리라. 수확 뒤 가지치기한 포도나무를 한번 보라. 앙상한 가지 말라 비틀어져 저기서 무슨 열매가 맺힐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무성한 넝쿨 이파리 아래로 탐스런 포도송이가 가지 찢어질 만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탱탱한 포도알. 만지면 터질 듯하다.

서해안고속도로 비봉톨게이트를 나와 제부도 방향으로 바다를 향해 달렸다(306번 지방도). 천주교 남양성모성지와 홍난파 선생의 생가가 있는 남양 지나 이른 곳은 송산(사강). 포도 명산지다. 송산 포도밭의 진수를 보자면 마산포(고포리)로 가야한다. 시화방조제로 물막이하기 전 만해도 사는 이 몇 안 되는 자그만 포구마을. 갯가 사라진 지금은 송산꿀포도 명산지다.

송산 중심 가에서 들어선 호젓한 길(306번 지방도). 차창 여니 짙은 포도 향이 코끝에서 떠나질 않는다. 2차선 도로 양편 야산은 온통 포도농원이다. 길가 하얀 텐트는 포도직판장. 막 딴 싱싱한 포도송이를 상자에 담느라 분주했다. 포도밭 사이로 6㎞가량 달리면 작은 마을을 지난다. 마산포다. 언덕 아래로 어섬과 들풀 무성한 갯벌들판이 보인다. 포도냄새 싱그럽고 포도트럭 분주히 오가는 모습. 영락없는 포도마을이다.

마을을 100m가량 지나면 오른편에 ‘어섬비행장’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그리로 우회전하면 오래된 작은 교회(고포교회)다. 교회앞 내리막길 양편. 온통 포도밭이다. 그 아래 순빈포도농원에서 올려다 본 언덕. 포도넝쿨 뒤덮인 초록빛 언덕위 하얀 교회가 파란 하늘과 어울린 모습. 마치 프랑스의 포도주고장 보르도에 온 듯하다.

달콤한 포도 송이채 들고 찾은 곳은 바로 앞 어섬. 초경량항공기 10여대가 계류돼 있었다. 물 빠진지 벌써 몇 년째인 갯벌. 땅은 이미 단단히 굳어 비행장으로는 더없이 훌륭했다. 덕분에 어섬은 초경량항공기 메카로 명성을 얻었다. 체험비행으로 날아오른 하늘. 마산포 주변 포도밭과 시화호 위를 유유히 나는 새떼, 물 속에서 떼지어 유영하는 숭어 떼가 모두 보인다.

참새 방앗간. 갯가에 왔으니 회 한 점은 기본이다. 그래서 찾은 곳, 궁평항. 포구에는 매일 두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 고깃배 앞에서 장이 선다. 고기값 두고 옥신각신 소란이 끊이지 않는 포구정경. 활력이 넘친다. 요즘은 게잡이철이라 게가 많다. 그러나 이 포구의 명물은 우럭. 모두가 자연 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배마다 수십 마리씩 잡아온다. 막 죽은 놈 묵직하게 담긴 그물주머니가 2만원에 팔렸다. 대충 세어도 열 마리는 될 듯 했다.

▽여행정보▽

△찾아가기〓서해안고속도로/비봉톨게이트∼송산(14㎞). 네 번째 신호등 사거리로부터 ①마산포(6.2㎞)〓우회전∼두 번째 신호등(좌회전)∼306번 지방도. ②궁평항(12㎞)〓직진∼309번 지방도∼서신∼궁평항) △어섬비행장(www.osom.co.kr)〓초경량항공기 체험비행및 교습. 자전거대여. 031-357-2147 △포도〓요즘이 제철. 9월말까지 출하. ①순빈포도농원(최도진)〓dojin2450@yahoo.co.kr. 올 경기도 포도품평회 동상수상. 031-357-2450, 011-357-7965 ②백석농장(김세규)〓서신중심가에서 궁평항 방향 1㎞가량 길가. 031-357-2819, 017-339-0309

▽함께 떠나요▽

화성 서해안의 포도와 우럭을 맛보고 또 사올 수도 있는 서해안 맛기행(1박2일)이 있다. 해미읍성∼수덕사(산채정식)∼남양성모성지∼포도밭(서신)∼숙박(책읽는 집)∼궁평항(포구에서 어물사기)∼항구회집(우럭맛보기)∼제부도갯벌∼포도밭(마산포). 12만5000원, 10월 1일 출발.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화성〓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이색숙소…한옥형 펜션 ‘책읽는 집’▼

남양만 바다를 길게 두른 육지의 돌출부 남양반도. 그 남단의 궁평리는 화성팔경 가운데 하나인 ‘궁평낙조’의 무대다. 그리고 용두리는 동편으로 이웃한 작고 소박한 마을.

거기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남양만. 홍성원의 소설 ‘먼동’에 나오는 그 바다다. 1900년대 초반 전통사회 해체와 외세 침략의 혼란기에 남양 성주 골의 김대감댁과 외거(外居)노비 송근술, 두 사람을 축으로 이 시기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를 보여주는 이 작품. 그 ‘먼동’이 ‘노을’의 무대에서 씌어진 것은 묘한 아이러니다.

그 바다가 남양만이 보이는 용두리언덕. 전통한옥형 펜션인 ‘책읽는 집’(사진)은 거기에 있다. 남양 홍씨의 한 가문이 100여년째 지켜온 집. 집주변 숲을 포함해 2만평이 넘는 이 집은 서울에 사는 40대 주인이 10년내내 틈틈이 내려와 정성스레 가꿔온 자신의 생가. 틀과 외관은 그대로 둔 채 내실만 다지는 수준에서 손을 대 옛스러움이 그대로 살아있다. 주변엔 연꽃 가득한 연지(蓮池)와 정자, 자그만 잔디운동장, 오리 노는 연못과 가든파티할 만한 잔디밭. 다실로 쓰는 사랑채에서 장지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집안풍경이다.

장독대 든 안채의 안마당. 솟을대문과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원목으로 지은 별채(방 2개 부엌 샤워장)도 거기에 있다. 잔디 곱게 깔린 아담한 안마당은 바비큐하기에 적소다. 전체 부지는 2만여평. 바다 보이는 정면 외에는 온통 숲이다. 울타리를 쳐 외부와 단절된 숲속에는 전용 산책로도 있고 어린이를 위한 예쁜 캐빈(통나무집)도 있다.

구들장 깔린 황토온돌방과 맥반석온돌방. 장작불 지펴 데운다. 연못가 숲그늘 아래 정자, 시원한 대청, 오붓한 사랑방.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들고 오면 좋을 듯하다. 잠깐씩 목침 배고 오수도 즐기면서. 소설 ‘먼동’이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숲속 바위틈에서 끌어들인 샘물 유천(乳泉)은 물이 부드러워 차맛이 좋다. 바비큐그릴과 숯은 무료제공.

▽이용방법▽

경기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문의 및 예약〓016-333-9385, 02-651-9385 △대여료(1박2일)〓주중 30만, 주말 35만원. 안채(안방및 부엌)만 제외한 별채(방2개)및 사랑채(방2개), 숲속의 집(원룸). 인원 10명이내. △찾아가기〓약도를 팩스로 보내줌.

화성〓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식후경…신선한 생선 탁트인 풍경▼

항구 회집 주인 박순전씨가 우럭을 들어보이고 있다. 경기 화성시-조성하 기자

오후 2시반 궁평항. 고깃배가 들어오자 순식간에 경매가 이뤄졌다. 펄펄산 우럭과 낙지가 배밑에서 운송트럭의 물탱크에 옮겨졌다. 그 트럭을 뒤쫓아 간 곳. 거대한 노송숲이 해안을 뒤덮은 궁평리해안(화성시 서신면)의 횟집 촌이었다. 식당은 모두 열 곳. 신선한 생선은 곧바로 수족관에 넣어졌다. 그 식당 가운데 한 곳, 항구횟집. 우럭 회를 시켰다. 조용한 해변의 야외테이블. 바닷바람 시원해 좋았다.

고소한 우럭 회가 나왔다. 자연 산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여주인 박순전씨(46)의 대답, “양식인데요.”. 뜻밖이었다. 자연산 우럭 수십 마리를 방금 수족관에 쏟아 부은 마당에 적당히 둘러대도 모를 터. 그러나 주인의 대답은 분명했다. “오늘은 잔챙이가 많아 자연 산이 횟감은 없어요.”

실제로 보니 자연산은 손바닥크기 정도였다. “자연 산과 양식 우럭 모두 취급하지만 7 대 3 정도로 자연 산이 많아요.” 우럭 많이 나는 궁평항이 지척인지라 겨울 외에는 자연산 조달이 비교적 쉽다고 했다. 그래서 가격도 엇비슷하다고. 주인과 대화를 듣던 옆 테이블 손님이 거들었다. “이 집요. 자연산 없으면 없다고 분명히 말하는 집이에요.”

△찾아가기〓비봉∼306번 지방도∼송산(사강)∼309번 지방도∼서신∼궁평리 유원지∼해변. 031-356-3621

화성〓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