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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동해선 착공 스케치]분단 상징 철책선 열렸다

입력 | 2002-09-18 19:03:00

北 동해선 기공식 - 연합



18일 오전 11시.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의 ‘땅길’을 연결하는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의 통문(通門)이 열렸다.

1998년 11월 금강산관광 사업으로 ‘바닷길’이 열리고 2000년 6월 남북 직항공로 개설로 ‘하늘길’이 열린 이후, 이날 한반도 서쪽의 경의선과 동쪽의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개최됨에 따라 ‘땅길’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러시아는 두 개의 한국을 연결하는 통로를 개설하는 이 의미심장하고도 상징적인 조치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도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착공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청와대에서 TV를 통해 행사 장면을 지켜봤다고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박 수석은 “일부나마 철조망이 걷히고 지뢰가 제거되기 시작하는 장면을 국민과 함께 지켜보게 된 것을 참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측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의 장벽이 제거된다는 뜻에서 행사 주제를 ‘다시 하나되어 세계로’로 정했다.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리 남방한계선 제2통문 앞에서 열린 경의선 착공식에는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서리와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을 비롯해 주한 외교사절, 실향민 대표, 각계 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남측은 이날 남방한계선 통문이 열리면서 남측 소년과 북측 소녀가 서로에게 걸어가 꽃을 건네고 포옹한 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 실물 모형의 ‘통일열차’가 남방한계선 철책선까지 이동, 하루빨리 북쪽으로 달릴 수 있기를 기원했다. 김 총리서리는 이에 앞서 치사를 통해 2000년 합의된 철도·도로연결사업이 국내외 사정으로 2년이나 늦게 착공이 이뤄진 데 대해 안타까움과 다행스러움을 표시한 뒤“이번에야말로 끊겼던 민족의 동맥을 하나로 잇는 화해와 협력의 가교를 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동해선 남측 착공식에는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과 김진선(金振Y) 강원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김 지사는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남북이 하나가 되는 그 날이 오면 강원도는 명실상부한 통일한국의 1번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은 동해선 착공식에 초점을 맞췄다. 착공식은 김용삼 철도상의 보고에 이어 철도 노동자 2명의 연설, 안드레이 카를로프 북한주재 러시아대사 축사, 발파식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홍성남(洪成南) 내각총리를 비롯해 김영성(金靈成) 남북장관급회담 북측단장, 박남기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안경호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인사 20여명이 참석했다. 동해선 연결에 대한 북측의 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북측은 또 이산가족 상봉단과 함께 금강산을 방문중인 남측 기자들의 취재도 허용했으며,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 아산의 김윤규(金潤圭) 사장도 초청했다. 북측의 경의선 착공식이 열린 개성역은 북한의 최남단역. 북한은 이 철도를 경의선이라 부르지 않고, 평양과 부산을 잇는다는 뜻에서 ‘평부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