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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마음의 지뢰도 제거하자

입력 | 2002-09-19 16:25:00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착공식이 열린 데 이어 어제부터는 비무장지대(DMZ) 안쪽에서 지뢰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지구상에서 화력(火力)이 가장 조밀하게 배치된 이 지역에 처음으로 통행로를 뚫는 사업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번 일이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의 기틀이 되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이 심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땅위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은 이렇게 시작됐지만 남북간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마음의 지뢰를 없애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남한은 북의 신뢰성에 고개를 흔들고 북한은 남쪽을 의심하고 있는 이상 어떤 화해 노력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양측이 마음의 지뢰까지 뽑아낼 때 최근 여러 부문에서 진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는 진정한 추동력을 얻고,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해야 할 일은 하나 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 최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거론하고 있는 핵무기에 관한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다. 북한은 그동안 핵개발 의혹을 핵심적인 대외 협상카드로 활용해왔지만 이제는 그 효용가치를 검토할 때다.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깨끗이 포기하는 것만이 국제적 고립으로 인해 빚어진 북한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다.

남북간 각종 협상에서도 북한은 구태(舊態)를 벗어야 한다. 남북간 현안에 대해 단계마다 장애를 만들고 그때마다 대가를 얻으려는 습성은 이제 버려야 한다. 금강산댐의 안전문제를 거론했다고 해서 북측이 ‘명예훼손’ 운운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태도가 대표적 사례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차원 높은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 마음을 열 때 북한은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역사적으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북의 변화를 성공적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남북한 양측은 모두 마음속의 지뢰를 제거하자. 북한이 먼저 바뀐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