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엔 으레 그랬듯이 올 추석 연휴에도 집집마다 한번쯤은 ‘한가위 대선 청문회’가 열릴 것이다. 가리고 따질 것 없는 가족과 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진솔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국민 각자의 선택 기준이 더욱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지방 민심은 서울로, 서울 민심은 지방으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민심의 대류(對流)’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선 민심의 큰 흐름이 형성될 것이다.
지금 민심은 흉흉하기 짝이 없다. 대선까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관심도 없고 상대방을 거꾸러뜨리기 위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아직 대선구도 자체도 혼미한 상황이어서 국민은 혼란을 겪고 있다.
추석을 맞아 특별당보니, 귀향활동자료집이니 하며 요란스럽게 벌이고 있는 민심잡기 경쟁도 다른 정파나 대선후보 헐뜯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민심의 자연스러운 형성을 왜곡하려는 정치권의 의도적인 끼어들기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정쟁에 신물이 나 귀를 틀어막고 싶은 국민을 상대로 똑같은 소리를 지겹게 반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도 이제 알 것은 다 안다. 정치권이 억지주장을 계속하지 않아도 이번 추석 차례상 앞에서 자신의 고달픈 살림살이를 돌아보면서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추석연휴기간만이라도 입을 다물고 가만히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무엇이 불만이고, 왜 좌절하는지 국민의 소리를 가능한 한 많이 듣고 가슴에 새기라. 행여 추석연휴가 끝난 뒤 ‘민심은 우리편임을 확인했다’는 상투적인 거짓말을 되풀이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 민심에 무지한 것보다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 훨씬 나쁘다. 국민이 일터로 복귀할 즈음엔 우리 정치도 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환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