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폐예노르트의 송종국(왼쪽)이 유벤투스의 파벨 네드베드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암스테르담AP연합
‘태극전사’ 송종국(23·네덜란드 페예노르트)이 ‘별들의 전쟁’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송종국은 1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02∼2003 챔피언스리그 E조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본선 1라운드 홈경기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월드컵 스타다운 면모를 발휘했다. 송종국은 설기현(벨기에 안데를레흐트)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은 두 번째 한국선수가 됐다.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최고의 프로팀들이 벌이는 ‘클럽 월드컵’으로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대회.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송종국은 이날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를 상대로 월드컵 때 보여줬던 민첩한 몸놀림과 스피드를 앞세운 위협적인 돌파력을 선보이는 등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송종국은 다비즈(네덜란드)와 델피에로(이탈리아), 네드베드(체코) 등 세계적인 스타들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송종국은 여러 차례의 골 기회를 엮어냈다. 29분 오른쪽으로 돌파해 들어간 뒤 땅볼로 크로스 패스, 부펠에게 절묘하게 연결해줬다. 그러나 부펠이 상대 골키퍼 부폰과의 일대일 맞대결에서 골을 성공시키지 못해 무위에 그쳤다. 송종국은 후반 들어서도 23분 우측 골라인에서 어렵게 센터링을 띄웠으나 부펠이 실축해 골과 인연이 없었고 31분에는 왼쪽 미드필드로 침투해 날카롭게 센터링을 올렸지만 봄바르다가 헤딩을 잘못하는 바람에 골문을 비켜나갔다.
송종국은 “챔피언스리그를 뛰었다는 데 자부심이 생겼다. 월드컵 이후 어느 팀과 붙어도 자신이 있다. 역시 유럽에선 체력이 관건이다. 체력 보강에 더욱 신경 쓸 생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예노르트의 반 말베이크 감독은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 송종국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좋았다. 아직 적응하지 못해 실수도 많이 했지만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고 칭찬했다.
페예노르트는 전반 31분 카모라네시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29분 호이동크의 동점골로 1-1로 비겼다.
한편 송종국은 네덜란드를 방문할 예정인 김대중 대통령 앞에서 경기할 전망이다. 페예노르트는 구단 홈페이지(www.feyenord.com)에 “송종국이 21일 암스테르담에서 있을 김 대통령과의 오찬에 초청됐지만 그날 저녁에 열리는 그라프샤프와의 홈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에 참석할 수 없어 대신 김 대통령을 경기장에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