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타 도이블러그멜린 독일 법무장관 - AP연합
《헤르타 도이블러그멜린 독일 법무장관이 1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그동안 이라크 공격 문제로 냉각돼 온 독-미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즉각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 편지를 보내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은 물론 독일 내부에서도 비난이 고조되면서 여론조사 결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는 슈뢰더 총리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튀링겐주(州) 지역 일간지 슈베비셰 탁스블라츠는 18일 도이블러그멜린 장관이 이날 금속 노조원들과의 대화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국내 정치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대중의 인기를 끌 수 있는 방식으로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슈뢰더 총리는 20일 공영 RTL방송을 통해 “법무장관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고 말했다.
도이블러그멜린 장관도 “이라크전 방법에 대해 언급한 것일 뿐 히틀러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쪽 분위기는 험악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1일자 파이낸셜타임스 독일어판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 이어졌으며 법무장관이 보도된 발언의 절반만 실제로 말했다 해도 수용할 수 없다”면서 “현재 양국 관계는 ‘행복한’ 때가 아니며 독일이 ‘해악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대변인도 “너무 지나쳐 설명할 수조차 없는 발언”이라며 “대통령은 이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파인 제시 헬름스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슈뢰더 총리가 재선될 경우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내 보수진영은 발언 파문을 부각시키며 슈뢰더 총리 때리기에 나섰다. 기민-기사연합(CDU-CSU)의 에드문트 슈토이버 후보는 20일 “이 참기 어려운 여성(도이블러그멜린 법무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일 매시간이 독일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며 법무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독일 빌트지는 법무장관이 22일 총선이 끝난 직후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도이블러그멜린 장관은 “언론의 흥분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사임사실을 부인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21일자 사설에서 “슈뢰더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번도 손상된 바 없는 독-미 관계를 악화시켰다”며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우호관계를 희생시켰다”고 비판했다.
베를린〓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