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운전면허 신체검사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응시자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직원이 이상이 없다는 도장 10여개를 미리 찍고 시력검사와 간단한 색각검사만 하며 병원비 치용 서류에는 모두 정상이라고 날인한다. 신청서 뒷면의 마약중독, 알코올중독, 정신이상 유무란에도 이상 없다고 자신이 직접 기재하면 그냥 넘어간다. 경찰청 면허계에 따르면 한 해에 150만명이 신체검사를 받는데 검사의 여건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다면서 피검자 중 99.8%, 거의 100%가 합격한다고 한다. 특히 색각 이상자는 남성 중 5.9%에서 나타나므로 여자응시자 10%를 감한 135만명의 남자 중 약 8만명이 적녹 색각 이상자로 추정된다. 이들은 신호등을 얼른 식별하지 못 한다. 먼 곳에서는 적색 녹색 신호등을 황색으로 오인해 교통사고를 일으킬 우려도 많다.
색각 이상은 정도가 다양해 대략 ‘강도’ ‘중등도’ ‘약도’로 구분할 수 있으나 현재의 이시하라식 색맹 검사표로는 검사할 수 없다. 색각경에 의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나 색각경은 매우 고가이고 안과의사밖에 사용할 수 없어 운전 적성검사에는 부적합하다. 다행히 25년 전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2중 15색 검사기가 있어 강도 색각 이상은 1분간의 검사로 가려 낼 수 있어 운전 적성검사에 가장 적합하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그 많은 응시료를 받으면서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 검사기의 사용을 거부한다. 정확한 적성검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사시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한전석 한안과의원 원장·전 서울대 의대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