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돈이 된다. 다른 은행과 거래하는 우량 중소기업을 빼앗아 와도 좋으니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라.’
요즘 각 은행 기업금융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우수 중소기업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대기업은 돈이 넘쳐 은행돈을 쓰지 않고 가계대출은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중소기업이 은행들의 주된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기업의 여유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고 송금 환전 신용카드 등 각종 수수료 수익도 짭짤하기 때문이다.
▼은행장 직접방문 마케팅▼
중소기업 대출은 정부 정책의 집행창구인 기업은행이 전통적 강자로 자리잡고 있으나 올 들어 시중은행들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과열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점에서는 대출금리를 조달금리 수준으로 낮추는 노마진(No-Margin) 정책까지 펴고 있다.
▽국민 우리, 기업은행의 아성에 도전〓중소기업 대출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집행하는 기업은행이 가장 활발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자산규모가 크고 점포망이 좋은 국민 우리은행이 강력하게 도전해오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7월 기업금융점포(RM)를 72개에서 222개로 늘리고 RM 점포장의 기업대출 전결권한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했다. 기존의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우수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것.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매주 6∼8개의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고객의 애로사항을 듣는 등 공격적인 현장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약 355명으로 구성된 중소기업 전문가는 전문업종을 나눠 고객을 발굴한다. 지점장의 전결권도 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 6개월 동안 중소기업 대출이 무려 53%(6조2273억원)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국민 우리은행이 금리 덤핑 등 아주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기업은행도 조직개편을 통해 시장을 지켜내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등 우대제 시행▼
▽우량 중소기업 우대제도 시행〓신한 외환 하나은행은 사전여신한도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신용상태와 사업전망을 평가해 여신한도를 미리 정하고 기업이 이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돈을 인출하는 제도.
예를 들어 A기업의 여신한도가 100억원으로 정해졌다면 수시로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100억원까지는 찾아 쓸 수 있다. 기업은 대출받을 때마다 서류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은행은 중소기업에 필요자금을 항시 제공할 수 있어 윈-윈(Win-Win) 게임이 된다.
신한은행은 1000여개 업체에 대해 2조원의 사전여신한도를 설정했다.
기업은행은 소기업 특화대출상품인 ‘Fine 한가족 신용대출펀드’ 1조원을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4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전용 특별펀드를 만들어 운전자금을 빌려준다.
대출기간은 6∼12개월로 지점이 이자수익을 내지 못할 정도의 금리까지 깎아준다. 최저 연 5.81%까지 받을 수 있다.
산업은행은 금리우대를 통해 대출금리를 대기업보다 최고 0.5%포인트 낮게 해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 경영 회계 세무분야 전문업체인 메티코리아와 업무제휴를 하고 거래고객에 대한 회계 아웃소싱 및 경영자문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