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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자매의 남루하지만 아름다운 인생역정 '작별'

입력 | 2002-09-23 17:55:00

서정적인 터치로 자매애를 그린 영화 ‘작별’.


한국영화나 할리우드 대작이 아닌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요즘, ‘작별’은 라틴아메리카 멜로 영화의 서정적인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아르헨티나의 자매 메메(잉그리드 루비오)와 아네따(히메라 바론)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뒤 친척을 찾아 우루과이로 온다. 18세의 언니 메메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골반과 왼쪽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고, 졸지에 아홉 살난 동생의 엄마 역할까지 해야할 처지다. 메메는 섹스와 담배, 알코올에 중독되며 자기 학대를 멈추지 않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가린다. 시간이 흘러 아네따는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하고, 자매에게도 작별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냥 보기에도 딱하고 안쓰러운 자매의 인생 역정을 그렸지만, 이 영화는 신파조로 흐르지 않고 절제된 감정을 유지한다. 관객을 몰입시키는 드라마틱한 기복은 없어도 보는 이에게 죽음과 이별, 추억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빛바랜 가족앨범을 보고 또 보는 동생에게 언니 메메는 “다 죽은 사람들”이라며 야단치지만, 마지막 순간 “네가 옳았다”고 인정하면서 동생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고백한다. 이 영화는 아무런 희망도 없을 듯한 삶에서도, 특별한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결국 삶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나지막한 톤으로 일러준다.

‘제 2의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평판을 듣는 여배우 잉그리드 루비오의 아름다움과 탄탄한 연기가 영화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 합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제22회 몬트리올 영화제 관객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감독 에두아르도 미뇨냐. 원제는 ‘남쪽의 등대’라는 뜻인 ‘El Faro Del Sur’. 27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