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광고들은 본래 목적이었던 제품의 정보를 점차 배제하는 대신 화려한 연출력에 광고효과 전체를 의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그 결과 냉정해야 할 소비자들마저 그 음료수의 원료가 무엇인지, 그 은행의 서비스가 어떠한지를 꼼꼼히 따지기보다 광고 속의 매력적인 모델이나 부유함의 이미지 등을 제품과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에 ‘비교 표시·광고 심사기준’을 마련한 이래 활성화된 비교광고는 스타일과 센세이셔널리즘만이 지배하는 광고시장에서 소비자에 대한 유용한 정보 제공이라는 순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비교광고란 가격 품질 성능 등 다양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자사의 제품을 경쟁제품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정보제공형 광고라고 할 수 있다.
합법적인 비교광고는 비교방법의 공정성을 비롯한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비교 형식을 취했던 과거의 많은 광고들이 경쟁사나 소비자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교광고를 시행한 회사가 객관적이지 못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유포하는 불공정행위를 하거나,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켜 기업간 분쟁과 소비자의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관련 규정이 마련된 이후에도 비교광고에 대한 경쟁사의 항의와 제소는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광고분쟁, 이동통신사간의 세계 1위 논란, 무세제 세탁기의 세척력 실험을 둘러싼 논쟁 등이 대표적 예다.
한 가지 원인은 우리 문화의 의사소통 방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목조목 따지는 듯한 비교광고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우리의 문화적 분위기에서 경쟁회사는 물론 소비자들로부터도 품위 있는 태도로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공격적인 비교자료를 들이대는 경쟁사의 전략에 당황한 광고주들의 과잉방어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또한 경험적으로 비교광고에 대한 제소가 가만히 앉아서 비교를 당하고만 있는 것보다 불리할 게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 공정위 판정의 애매함에도 문제가 있다.
여기서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비교광고를 둘러싼 잡음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기술과 품질의 우위를 가진 시장 후발업체가 시장 선도업체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비교광고가 브랜드 파워가 약한 대신 제품 개선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중소업체의 경쟁력이 균등하게 보장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역할을 다하기도 전에 잡음을 유발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답보에 머무르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비교광고는 소비자의 판단을 돕기보다 판단의 기준을 흐리는 광고와 마케팅 관행에 대항해 개인에게는 합리적 제품 선택을, 기업에는 질 좋은 제품 및 정직한 정보의 제공을 촉구하는 자극제로 기여할 수 있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부합하는 기업경쟁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권순미(한신대 강사·광고홍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