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마치고 처음 맞이한 증시가 말이 아니다. 연휴 중에 미국 주가가 급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각오하지 않은 바는 아니나 빠져도 너무 많이 빠졌다. 밀려도 너무 힘없이 밀린 것.
23일 종합주가지수는 20포인트 이상 떨어져 680선 밑으로 가라앉았다. 지난달 6일 기록한 연중최저치에 불과 5포인트 남짓의 차로 접근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700선이 힘없이 무너지며 출발한 뒤 전 업종에 걸쳐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 물량을 쏟아내면서 낙폭이 점점 커졌다. 개인투자자들이 2000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지만 매물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객장은 활기를 잃어 이날 거래량은 4억8134만주, 거래대금은 1조9118억원에 그쳤다. 한국전력이 선방한 전기가스업종만이 소폭 올랐을 뿐 전 업종에 걸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가 실적 악화 경고를 냈다는 소식으로 4% 떨어져 32만원대로 밀려났다. 포스코는 철강가격 하락 우려로 6% 이상 밀렸다. 값이 싼 중소형주와 일부 관리종목, 우선주 등이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했을 뿐이다.
코스닥은 사정이 더 나빴다. 코스닥지수가 사흘 연속 하락하며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거래대금이 5000억원도 안 돼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전 업종이 하락했고 운송과 인터넷업종은 5% 넘게 하락했다.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를 가지려면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주가가 머지않아 반등하는 경우엔 주가가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 손바뀜 현상이 일어나는 법. 적어도 23일 상황은 너무 무기력했다. 이런 장세에서는 대개 몇몇 희한한 ‘테마주’(이를테면 전쟁수혜주)나 우선주가 용틀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식을 따라잡기가 그리 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