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서 태어나 독일과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던 유럽 증권계의 거목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일찍이 ‘단숨에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즉 △부유한 배우자를 만나거나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거나 △투자하는 것이 그것입니다(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상속을 받아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부모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제외했죠.
하지만 세번째 방법, ‘투자로 부자 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흔히 투자라면 주식 투자로 패가망신한 사례나 땅 투기 등 부정적인 모습이 떠올라 ‘위험한 것’ 또는 ‘도덕적으로도 나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죠.
대신증권 김대송 사장은 얼마 전 경영학을 전공하는 둘째아들에게 투자 공부를 하라며 A은행 주식 100만원어치를 사주었습니다. 얼마 뒤 투자 성적을 묻자 대답이 없어 계좌를 열어봤더니 이미 주식을 모두 팔았고 이후 아무런 거래도 없더랍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가 등록금이 없어 고생하기에 빌려줬다”고 했답니다. 아들은 그 뒤로도 주식 투자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네요.
김 사장은 “투자 습관은 어려서부터 길들여야지 어느 순간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고 말하더군요.
초등학교 때 이민 가 미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에 따르면 미국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훈련을 받는 것 같아요. 강 회장은 대학 1학년(18세) 때인 1980년 방을 함께 쓰는 미국 친구가 5만달러의 종자돈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답니다. 부모가 연간 1만달러씩 세금 없이 상속할 수 있어 이를 갖고 투자한 것이지요. 투자를 위해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경제전문지도 꼼꼼히 들여다 보더랍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아이들이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버는 경험보다 ‘주식 은행 채권 등을 통해 경제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13세인 두 딸(쌍둥이)에게 매주 5000원만 용돈으로 주지만 주식에 대해서는 가르친답니다.
“회사가 왜 주식을 일반인에게 파는지, 주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가르치는 게 경제교육의 시작입니다.”(강 회장)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