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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신현호/생명윤리법 '복제술' 규제 지나쳐

입력 | 2002-09-23 19:23:00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촉발되었던 개체 복제 논쟁은 우리나라에서도 동물 복제에 이어 소난자를 이용한 인간배아 복제 성공, 최근 크로나이드사의 한국여성 체세포 이식 발표 등으로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가칭)을 입법 예고했다.

큰 골자는 인간개체 복제를 목적으로 한 체세포 핵 이식술의 연구 자체를 금지하고, 난치병 치료 등에 한해 5년이 지난 잉여배아를 사용한 배아연구만을 허용하며, 연구범위에 관해서는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한편 유전자 검사와 치료시 평등권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체세포나 배아도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는 잠재적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명분론 이외에 인류의 개량, 나아가 새로운 생물체를 만들어낼 우려 때문에 생명복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안은 부정론에 근거한 규제 위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 나간 입법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 생명복제술은 인간개체 복제와는 구별해 장려해야 할 분야다. 착상을 목적으로 한 체세포 연구 이외에 배아 연구는 규제할 명분이 없다. 배아는 인간일 수도 있고, 세포덩어리일 수도 있다. 5년이라는 시간을 기준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용 목적에 의해 구별될 수 있을 뿐이다. 엄격한 규제는 헌법상 보장된 ‘연구의 자유’와 ‘난치병환자의 치료받을 기대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 뇌사자는 장기적출 목적일 경우 죽은 자로 보아 장기를 적출하는 것처럼, 배아도 자궁착상용 배아와 치료연구용 배아로 구별해 보호하면 된다.

한편 배아 생산을 의료기관으로 한정함으로써 일반 연구기관에 대해 진입장벽을 만들 개연성이 있다. 연구를 허용한다면 의료기관에서만 배아를 생산하도록 허용할 근거가 없다. 인간배아 연구는 의료행위 이외의 분야에도 상당히 넓기 때문이다.

그 밖에 정부안은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에 ‘배아연구의 허용 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해 전권을 주다시피 지나치게 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할 수 있다.

앨빈 토플러의 지적대로 생명복제술은 장밋빛 희망도 아니고, 회색빛 불안도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지적 호기심을 막은 적은 없다. 영국의 과학자 스티븐 호킹이 “반대론에도 불구하고 전체주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어디에선가 인간을 새롭고 더욱 낫게 만드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한 말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금지하면 지하로 숨어드는 부작용을 우리는 경험했다. 우리도 일본처럼 인간개체 복제에 대한 원칙적 금지를 선언하는 선에서부터 천천히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현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