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쿠웨이트의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에서 조명이 꺼지면서 경기가 20분 가량 중단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은중의 멋진 다이빙 헤딩골이 터진 전반 15분경, 실점을 허용한 쿠웨이트의 킥오프를 막 진행하려는 순간 구장내의 4개 조명탑 중 3개가 불이 나가 버린 것.
남은 조명탑 하나의 불빛으로는 경기를 진행할 수가 없었고 일단 경기는 중단된 채 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5분 뒤에는 불이 남아있던 조명탑마저도 꺼지면서 경기장은 순식간에 어둠속으로 빠져들었고 일부 관중석에서는 요란한 비명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경기 취소까지도 예상하게 했던 정전 사태는 20여분이 흐른 후 불이 하나씩 들어오면서 경기가 재개되었지만 1개의 조명탑은 여전히 불이 나간 상태로 불안함을 떨치기 어려웠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경기장 인근지역의 정전사태로 인해 조명이 꺼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날 구덕운동장 근처에서는 어디에서도 정전사태가 일어난 곳이 없었던 것.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에서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구덕운동장.
예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원인도 밝히지 못한 정전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은 3개월 전 월드컵을 치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지 못할 망신 중에 망신이다.
23일 경기는 친선 경기였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실제 아시안게임에서의 시합이었다면 단순히 뉴스거리로 넘어갈 수 없었을 것.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에서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조사와 관리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한 가지 안심이 되는 부분은 정전이 되어 어두컴컴한 상황에서도 관중들이 질서있게 '대한민국~'을 외치며 경기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성숙된 관중 문화를 보여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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