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음악대 / 옌스 라스무스 글 그림 김은애 옮김 / 28쪽 8500원 비룡소(만 5∼7세)
물구나무를 서면 세상이 거꾸로 보인다. 때로는 거꾸로 된 세상이 훨씬 더 마음에 들 수 있다.
주인공 안나는 엄마의 ‘자러 가라’는 독촉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한번 심심풀이로 물구나무를 서 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안나가 천장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세상에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질 수는 있어도 바닥에서 천장으로 떨어질 수는 없는데…. 이때부터 안나는 낯선 상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상하게 생긴 친구들이 찾아와 그들의 놀이터인 ‘보름달’로 안나를 초대한다.
‘보름달’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맘껏 소리 지르고 뛰놀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다. 심술 맞고 고집스럽게 생긴데다가 시끄럽다고 으르렁대는 달 부인을 보자 잔소리꾼 엄마가 떠오른다. 안나는 엄마에게 불만을 터뜨리듯 달 부인을 향해 ‘너나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달 부인이 떠나자 안나와 이상한 친구들은 한바탕 신나게 논다.
바로 봤다가 거꾸로 봤다가 해야 하는 책 편집이 재미있다. 또 뒤죽박죽 혹은 띄엄띄엄 떨어져 나간 글자들을 읽다보면 신기한 모험을 하는 책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