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환경이 급격하게 바뀜에 따라 예전처럼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게 주부 상담사들의 조언이다. - 변영욱기자
【집 잘 파는 아줌마 4명이 모였다. 동일토건 이성실씨(42), 삼성물산 건설부문 김혜경씨(41), 대림산업 고유진씨(37), LG건설 김병조씨(34). 건설회사의 주부 상담사들이다. 이들은 ‘꺾기’의 달인으로 통한다. 꺾기란 집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소비자를 설득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는 최종 단계. 모델하우스 도우미가 축구의 미드필더라면 주부 상담사는 스트라이커다. 소비자이면서 공급자라는 게 이들의 장점이다. 상담사들이 풀어놓는 수다 속에 부동산 시장이 담겨있다.】
#요즘 시장은
김혜경씨가 운을 뗐다.
“급매물 빼고는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사겠다는 사람도 없고요.”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시장이 마비상태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동일토건 이성실 상담사
-경력 5년
-용인 구성 동일하이빌 등
아파트 분양
-서울 아파트 투자
삼성물산 김혜경 어드바이저
-경력 5년
-15개 아파트 분양, 18개 재건축 ·재개발사업 수주 참여
-수도권 아파트 투자매력 여전
대림산업 고유진 상담사
-경력 5년
-대림산업 아파트 오피스텔 등 다수 분양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낮추되
수도권 아파트에 투자할 만
LG건설 김병조 대리
-경력 5년
-용산 LG에클라트 등 주상복합,
오피스텔 분양
-부동산 투자 비중 줄이고 현금
보유 늘려야
이성실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시적인 위축일 뿐 조만간 거래가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요즘 엄마들 수준이 얼마나 높은 줄 몰라서 그래요. 연말이면 집값이 또 오를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올해 초 같은 급등세는 아니겠지만….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폭이 크지 않을 걸로 다들 생각해요.”
이씨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곳에서 분양되는 아파트가 날개 돋친 듯 잘 팔리는 현상을 예로 들었다.
고유진씨도 이씨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다만 고급주택 소유자들은 당분간 고전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고 고급주택에 해당하는 규모가 전용면적 45평 이상으로 낮춰졌기 때문.
#빈털터리 계약자
엇갈리는 진단 속에서도 투자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예전처럼 대출을 왕창 받아서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집값 상승분으로 대출금 이자를 갚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김병조씨의 조언이다. 집값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혜경씨가 거들었다. “한번은 계약금도 없는 주부가 오피스텔을 사겠다고 왔어요. 집값이 뛴다니까 마음이 급해 무조건 사두겠다는 거예요. 계약금까지 대출해주는 곳은 별로 없어요. 빈털터리 계약자였던 셈이죠.”
주부 마음은 주부가 안다. 돈 없이 무리하게 집을 사겠다고 덤비는 이들의 심정은 알지만 그때마다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란다.
“가끔씩 겁이 날 때가 있어요. 지금 소비자들은 집을 사서 돈을 벌기보다는 집을 사두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불안감 때문에 모델하우스를 들르는 것 같아요.”(이성실씨)
서민들이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아파트를 분양 받기 위해 마이너스통장까지 동원하는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어디에 투자할까
이야기는 투자 요령으로 이어졌다. 지금 상황에 맞는 적절한 투자가 무엇이냐는 게 주제다.
상담사로 있으면서 개인적인 재테크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 김혜경씨가 나섰다.
“1억원이 있다면 서울 변두리나 경기도에 있는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두는 게 적당할 것 같아요. 아직까진 저평가 돼 있거든요.”
이성실씨와 고유진씨도 아파트를 추천했다. 이씨는 서울을, 고씨는 경기도를 꼽았다.
시세차익 대신 고정적인 임대수익을 바란다면 오피스텔도 괜찮다는 게 이들의 조언. 최근 국세청이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매긴다고는 하지만 임대사업용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것이다.
상가는 대단지 아파트에 있는 상가가 추천됐다. 특히 1층에 있으면서 도로 쪽에 나 있는 상가라면 투자해 볼만하다는 것.
피해야 할 종목으로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지목됐다. 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
#‘고무줄 분양가’ 인정은 하지만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데 대해선 모두들 인정하는 분위기. 상담을 하면서도 가격 이야기가 나오면 대답이 군색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분양가가 턱없이 높게 책정되는 경우도 흔하다는 게 이들의 귀띔. 모델하우스를 열기 하루 전에 몇 천 만원씩 올리는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분양가를 올린 만큼 아파트 품질이 좋아졌다는 항변도 만만치 않았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편의시설이 많아요. 골프 연습장은 기본이고, 수영장까지 갖춘 아파트도 있어요.”(김병조씨)
그럼에도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과도한 분양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