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사장단 회의를 잇달아 주재하고 있다. 정부의 ‘선단(船團)식 경영 지양 방침’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모 언론사 기자)
“(5초 정도 침묵한 뒤) 사장들이 모여 미래경영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전략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사진)
25일 전 부총리와 재경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오고간 대화 내용이다. 그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출국에 앞서 이날 기자들과 만났다.
전 부총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부실계열사 지원을 결정한다면 실정법에 따라 처리해야겠지만 그런 성격의 회의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정부 당국자가 세계경제 환경 변화나 미래 전략에 대해 대기업 회장단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총수 주재 사장단 회의에 대해 “과거의 ‘황제식 경영’으로 돌아간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는 때에 경제정책을 책임진 ‘경제팀 수장(首長)’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전 부총리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는 ‘강공 일변도’였던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케 한다. 현 정부는 출범 초 대기업의 ‘종합조정실’이라는 ‘간판’까지 내리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는 현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기업정책 수립에 꽤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장관과 경제부총리를 거치면서 대기업에 대한 시각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평. 16일 재경부에 대한 국회 재경위의 국정감사 답변에서는 “현 정부의 반도체 사업교환(빅딜)이 잘못됐다”고 과감히 시인하기도 했다.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