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홍권희의 월가리포트]내부자 매수증가 그들은 왜 움직일까

입력 | 2002-09-25 18:16:00


3년 전 주가지수가 최고점에 가까이 가자 상장회사 임직원들은 자사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활황장세가 더 오래 갈 것으로 믿은 일반투자자들은 그걸 사들였고 폭락장에서 애를 먹었다. 기업 내용을 잘 아는 회사 내부자들의 거래 동향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요즘은 어떤가. 시애틀의 리서치회사 ‘마켓 프로파일 시어럼(MPT)’은 1993년 이후 내부자의 헤지거래와 뮤추얼펀드 거래를 추적한 결과 최근 기술주 분야에서 ‘사자’ 신호가 나온다고 발표했다.

MPT는 내부자들의 거래동향을 1∼10의 점수로 환산했다. 내부자들이 모두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므로 근무경력, 거래규모, 과거의 투자성적 등을 감안해 조정했다. 이렇게 산출한 점수가 5 이상이면 ‘사자’ 신호로 해석한다.

분석 결과 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기술주는 늘 최하위 점수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10점 만점이 됐다. 내부자들이 살금살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MPT 공동설립자 마이클 페인초드는 “주가 변화 시점이 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많지만 인텔의 경우 8월에 이 점수가 2.5에서 6으로 올랐다. 공동설립자인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정기적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 점수가 1에서 3으로, 다시 8로 껑충 뛰었다. MS 이사들과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의 레이몬드 길마틴 회장이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기 때문.

가장 충격적인 신호는 통신장비제조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에서 나오고 있다. 한번도 5점 이상 나온 적이 없는 이 회사가 최근 10점을 기록했다. 올 여름 과장급에서부터 회장에 이르기까지 주식매입에 나선 결과다. 헨리 샤크트 회장은 8월 100만달러어치를 샀고 패트리샤 루소 등 4명의 최고경영진은 주당 1.42∼1.55달러에 수십만달러어치를 매입했다. 5년 만의 최대 규모다. 1999년 말 주당 84달러까지 갔다가 요즘 1달러 안팎으로 밀려 투자자들의 관심은 낮지만 MPT는 “내부자 동향을 보면 당신이 찾고 있는 주식일 수 있다”고 말한다.

내부자들이 보내는 이 신호를 믿어도 좋을까. 믿을까 말까.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