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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지독

입력 | 2002-09-26 18:09:00


지 독(지=舌+氏) 犢

舌+氏-핥을 지 犢-송아지 독 聰-귀밝을 총

鷄-닭 계 肋-갈비뼈 륵 斬-목벨 참

아무리 유능한 부하라도 上官(상관)의 속을 꿰뚫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東漢(동한)의 楊修(양수)는 例外(예외)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曹操(조조)의 秘書(비서)였다. 한 번은 曹操가 花園(화원)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거의 完工(완공)될 무렵 아무 말도 없이 나타난 曹操는 花園의 大門에다 ‘活’자만 남기고 갔다. 匠人(장인)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楊修는 눈치 차렸다. 곧 門에 活자를 썼으니 ‘闊’(넓을 활)이 아닌가. 다시 밤새도록 문을 고쳐 좁게 해 놓자 曹操는 크게 만족했다. 또 누가 사탕 한 상자를 曹操에게 바쳤는데 曹操는 뚜껑에다 ‘合’자를 써 놓고 나갔다. 이 때 楊修는 서슴지 않고 사탕을 나누어주면서 말했다.

“승상께서 쓰신 合자는 人一口가 합해서 이루어진 글자니 一人一口, 즉 한 사람에 한 입이라는 뜻이 아니겠소.”

물론 曹操의 뜻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楊修의 聰明(총명)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한 말 漢中땅을 놓고 劉備(유비)와 대치하던 曹操는 進退兩難(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 마침내 ‘鷄肋’(계륵)이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부하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때도 재빨리 楊修가 ‘철군’으로 해석함으로써 의문을 풀었다. 닭의 갈비뼈는 버리자면 아깝지만 그렇다고 먹을 것도 없지 않은가. 이를테면 조조에게는 漢中땅이 그런 곳이라는 뜻이다. 조조는 그의 총명함에 혀를 찼다. 유명한 ‘鷄肋’의 고사다.

하지만 上官을 모시는데 너무 우둔해도 곤란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聰明해도 위태로운 법. 적당히 처신해야 하는데도 楊修는 재주만 믿고 너무 앞서 나갔다. 曹操는 자신의 心中을 귀신같이 꿰뚫어 보고 있는 楊修의 재능에 感嘆(감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은근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軍心을 어지럽혔다는 罪目(죄목)을 뒤집어 씌워 斬殺(참살)하고 말았다.

한 참이 지나 曹操가 楊修의 부친 楊彪(양표)를 만나게 되었다. 너무도 수척한 모습에 놀라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그러자 楊彪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소인은 金日"(김일제)같은 先見之明(선견지명)도 없었고 (舌+氏)犢之愛(지독지애)도 없었던 점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曹操는 고개를 돌렸다. (舌+氏)犢之愛는 ‘(舌+氏)犢’이라고도 하며 어미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데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부모가 자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마음을 ‘(舌+氏)犢’이라고 하게 되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