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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꿈의 홈네트워크' 제품아닌 문화 팔아요

입력 | 2002-09-26 18:40:00

분당 KT본사에 마련된 홈디지털서비스 시연관에서 두 여성이 홈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왼쪽여성은 개인휴대단말기(PDA)로 정보를 다운받고 있으며 오른쪽 여성은 TV로 홈쇼핑을 하고 있다. -이종승기자-


‘덜커덕.’

현관문에 마련된 ‘쇼핑박스’에 우유와 마요네즈가 배달되는 소리다.

냉장고에 있는 우유팩이 가벼워지자 냉장고가 알아서 인터넷을 통해 우유보급소에 주문을 낸 것. 아직은 병에 남아 있지만 사용기한이 지난 마요네즈도 함께 주문했다.

여고생 A양(15)은 ‘추억의 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고 있다. 10여초 만에 DVD 파일로 다운받은 것.

꿈 같은가? 몇 년 내 우리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의 가상 시나리오다.

▽집안의 모든 기기가 연결된다〓경기 성남시 분당구 KT(옛 한국통신) 본사 1층의 홈디지털서비스 시연관에는 이런 꿈 같은 일들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TV는 맥박을 재서 외부 의사와 상담하게 하거나 버튼 몇 개를 눌러 인터넷쇼핑을 할 수 있게도 하는, 외부와 연결하는 ‘창’이다.

집 밖에서는 휴대전화나 노트북PC로 가전기기를 조종한다. 추운 날 미리 보일러를 틀어놓거나 배고플 때 미리 전자레인지를 작동시켜 컵라면을 데워 놓는 식이다.

이처럼 홈네트워크는 TV PC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정에서 쓰이는 전자제품을 네트워크로 연결, 쌍방향 통신이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가족 모두가 집을 비워도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관에 있는 외출버튼을 눌러 ‘외출기능’을 설정하면 도둑이 침입할 경우 경보음과 함께 보안업체에 즉시 통보된다.

홈 네트워크란 외부의 초고속 인터넷망과 집안을 연결해 가정 내 정보화는 물론 전자제품 제어, 방범 방재 등 일상 생활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을 실현하는 솔루션이다.

▽제품이 아니라 문화와 콘텐츠를 판다〓가전업계가 홈네트워크 개발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어 팔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당분간은 너무 비싼 값 때문에 홈네트워크 가전을 쓰는 가정과 아닌 가정으로 나뉘겠지만 10년, 20년 뒤에는 휴대전화처럼 네트워크 가전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리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감이 깔린 것.

권희민 삼성전자 전무는 “앞으로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기를 사지 않고 문화를 산다”며 “삼성전자도 디바이스(Device)를 파는 회사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파는 회사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박현 상무는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인 SK텔레콤이 전화통화가 아니라 음악 영화 등 콘텐츠로 큰 이익을 내듯이 가전회사도 앞으로 기기와 더불어 콘텐츠를 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재 100억달러에 불과한 홈네트워크(인터넷 가전 포함)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05년이면 36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표준화를 위한 업계의 합종연횡〓기술 표준화를 놓고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누가 표준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미래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

현재 기술 표준은 소니 필립스 톰슨 파나소닉 히타치 등을 중심으로 한 ‘하비(HAVi)’ 진영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GE 마쓰시타 등을 중심으로 한 ‘유피엔피(UPnP)’ 진영,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지니(Jini)’ 진영으로 나뉜 상태. 하지만 누가 대세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래서 한 기업 안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표준을 개발 중이다.

소니는 최근 TV(정확히는 개인용 디지털녹화기·PVR)를 두뇌로 한 홈네트워크를 제안한 ‘코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국 기업들은 MS군과의 제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표준 개발에서 MS와 협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표준방식이 MS와 호환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인터넷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 인터넷 가전제품군을 라인업해둔 상태. 영국에서 대대적 제품발표회를 열기도 했으며 유럽에서 LG전자의 기술력에 대한 인지도는 꽤 올라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별제품을 내놓기보다는 경기 용인시 수지 삼성아파트, 대구에 신축 중인 사이버아파트 등에 자사의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홍콩과 중국 상하이에 홈네트워크 빌트인 전시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홈네트워크 주요기술표준 비교

 

주요 업체

특징

UPnP

MS 인텔 GE 마쓰시타

PC가 서버 역할

HAVi

소니 필립스 톰슨

오디오·비디오(AV) 등 가전이 서버 역할

Jini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오라클

자바를 기반으로 PC가 서버 역할

한국

LG전자

백색가전 중심 독자표준 LnCP 채택, UPnP와 호환성 추구

한국

삼성전자

MS와 제휴해 UPnP 채택한 미디어센터 개발중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