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살리고 싶었어요.”
80대 할머니가 30여년 전 세상을 뜬 남편과의 약속을 지켜 전 재산을 서울대 의대에 기부했다. 이금주(李金珠·87·인천 서구 가좌동·사진) 할머니가 그 주인공.
이 할머니는 26일 근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와 연구에 써달라며 3억원과 자신의 아파트 기부약정서를 서울대 의대에 전달했다. 20여년간 척추 근육과 신경이 제기능을 못하는 근신경계 질환을 앓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
이 할머니는 남편이 살아 있을 때 같이 TV를 보다가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은 병든 아이와 엄마가 울면서 병원을 나오는 광경을 보게 됐다.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왔어요. 먼저 간 영감도 ‘돈이 있으면 정말 도와주고 싶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돈 벌어서 저런 아이 하나라도 살려요’라고 그랬지요.”
이 할머니가 이번에 기부한 3억원은 남편이 40여년 전 인천에 사놓은 땅을 팔아서 장만했다. 아파트는 이 할머니가 세상을 뜨면 자동적으로 서울대 소유가 되도록 했다.
이 할머니는 “고등학교 교사인 외아들(51)도 자기 가족 먹을 것은 있으니까 괜찮다는군요. 오히려 좋은 일이라며 흔쾌히 동의해 줘 참 고맙지요”라며 맑게 웃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