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 합의발표로 공식화된 연합토지관리계획(LPP·Land Partnership Plan)은 주한 미군에 공여된 7400여만평 중 기지 및 시설용 214만평과 훈련장용 3개 지역 3900만평 등 총 4100여만평을 한국측이 돌려 받는 대신, 신규토지 154만평을 새로 제공해 통합기지를 조성토록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국은 앞으로 10년간 대체시설 건설과 추가 공여 토지매입 등에 소요될 약 3조3000억원 중 45%인 1조49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던 의정부시 중심가를 포함한 미군 기지들이 상당 부분 반환 대상에 포함되면서 일각에선 진전된 협상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한국 국민의 생활환경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한반도에서 미군 기지를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미국의 목적만 우선했다는 판단이 든다.
그동안 경기 의정부시와 동두천시, 파주시 등 경기 북부의 미군 기지 주변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외교라는 명분에 밀려 일방적 고통과 무관심 속에 인권 침해는 물론 도시발전에도 많은 제약과 피해를 보았다. 이번 LPP 협상도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추진된 결과로 지방자치에 대한 심각한 손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LPP 협상 결과에 따르면 의정부지역에서는 5개 기지 28만여평이 반환되고 30만평이 신규 공여될 예정이다. 현재 미군 기지 신설 예정 지역은 용현동 캠프 스탠리 주변이다. 이곳은 의정부를 경유해 남양주 구리 포천 방면으로 갈 수 있는 교통 요충지다.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학교를 비롯한 각종 공공시설과 자연녹지가 인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도심 복판에 자리잡은 미군 기지 탓에 도로도 마음대로 확장하지 못해 교통지옥에 시달리던 의정부 주민들의 삶은 주민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이번 LPP 협상으로 인해 더욱 침해받을 우려가 커졌다. 지역 내 도로교통체계의 재수립, 대규모 택지 지역에서의 주거 및 교육환경 문제, 기지반환과 신설에 따른 자연환경 파괴와 오염 등에 관한 전면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국가간 이익과 군사적 기밀이라는 이유로 미군 기지 관련 협상이 비밀리에 진행되어 왔으나,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지방자치 훼손 행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미군 기지 주변에서 피해를 보아온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이미 군사적 기능을 상실한 기지와 불필요한 훈련장을 조건 없이 반환하고 아울러 반환 공여지에 대한 원상복구 및 보상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국회는 의정부를 비롯한 전국 곳곳 미군 기지 주변 주민들의 고통이 해소되지 않는 한 LPP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
또 정부는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존중해 미군 기지의 전면적 축소와 반환을 위한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임성수 경기 의정부 참여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