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11년반 만에 유골이 발견된 개구리 소년은 어떻게 죽은 것일까.
경찰은 일단 타살보다는 사고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골들이 한데 엉켜 있었고 현장에 매장됐을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산에서 길을 잃은 소년들이 추운 날씨에 함께 모여 있다가 체온이 떨어져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경찰관계자는 “아이들이 아침밥만 먹고 산에 올라갔다가 점심과 저녁을 굶고 헤매다 지쳐 구릉에 쪼그리고 있다가 밤 기온이 떨어져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종 당일 날씨는 비가 온 뒤여서 밤 기온이 3.3도까지 떨어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유골이 발견된 지점이 지금은 근처가 개발돼 주택가에서 불과 300m 정도 떨어졌지만 소년들이 실종된 당시에는 민가와 상당히 떨어진 산 속으로 사람이 오르내리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말도 경찰이 사고사로 추정하는 근거.
특히 유골이 발견된 장소는 당시 어린이들이 살던 집에서 반대 방향으로 4㎞ 정도 떨어진 야산으로 어린이들이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소년들의 죽음을 단순 사고사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우선 실종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경찰이 유골이 발견된 야산을 샅샅이 수색했음에도 불구하고 11년이 넘도록 이들의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타살된 뒤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유골이 발견된 곳에 옮겨져 유기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 소년들의 유골은 발견 당시 30㎝ 정도의 흙더미에 묻혀 있었고 주변이 웅덩이가 파진 곳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사고를 당한 소년들이 땅을 파고 들어갔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당시 소년들이 개구리가 아닌 도롱뇽을 잡으러 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수사관계자들의 말도 사고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수사관계자들은 “소년들은 실종되기 전부터 마리당 1000원씩에 팔리던 도롱뇽을 잡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소년들이 실종된 날 개구리 소년으로 보이는 아이 5명이 와룡산에서 도롱뇽을 잡고 있는 것을 봤다’는 제보가 접수되기도 했다.
도롱뇽을 잡기 위해 산을 자주 오른 소년들이 길을 잃었다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죽음이 당시 도롱뇽 알을 채집해 판매하는 사람들과의 마찰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