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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CEO, 살아남으려면…´고성장의 미련을 버려라´

입력 | 2002-09-27 17:16:00

과거 고성장 경제때는 재무구조가 열악한 기업이 외형확대와 차입경영의 가속페달을 밟는 자전거 타기 식경영이 가능했다. 아직도 많은 기업가들이 ‘좋았던 옛날’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고성장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 경영자가 되고 만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고성장의 미련을 버려라/경영연구회지음/254쪽 1만2000원 매일경제신문사

‘홍수때 물이 귀하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수해지역 주민들이 식수난의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면 실감나는 말이다. 오늘날 지식, 정보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너무나 많은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화불량에 걸려 정말 도움이 되는 지식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출간된 ‘고성장의 미련을 버려라’는 경영현장의 의사 결정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통찰과 지혜가 담겨 있는 책이다.

오늘날 기업경영의 최대 화두는 ‘변해야 산다’이다. 누구나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방향제시는 분명치 않다. 우리의 경제와 기업현실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평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유익은 저성장 경제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범세계적인 과잉생산체제가 왜 초래되었고 그 파장이 어떻게 미치고 있는가를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 공급과잉경제는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어렵게 구축한 산업포트폴리오의 수익 창출력을 현저하게 저하시켰다. 이러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신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과거 고성장 경제는 경영 내부적 문제를 쉽게 감출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재무구조가 열악한 기업이 외형확대와 차입경영의 가속페달을 밟는 자전거 타기 식으로 경영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도 많은 기업가들이 ‘좋았던 옛날’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저자들은 고성장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 경영자가 되고 만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메커니즘으로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회복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견실 경영 △사업고도화를 통한 신규 수익원 창출을 들고 있다. 또 저성장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기업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마케팅 전략과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IT를 활용한 기업경쟁력 강화의 방안이 다양한 예시와 함께 풍부하게 제공되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성장 경제 패턴과 IT혁명이 함께 부딪히며 사회전반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대한 유연한 대응이 부족한 우리의 기업현실에 적절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평가뿐만 아니라 처방이 매우 구체적이고 명쾌하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우리의 기업현실이 얼마나 가치파괴적인 관행을 거듭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저자들의 문제인식과 통찰에 공감하게 되면 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이 분명해 진다. ‘변해야 된다’는 말만 무성한 채, 실질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조직 들은 지금이야 말로 과감한 구태의 탈피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중견 학자들에 의해 집필되었지만, 현장에 적용가능한 실제적인 아이디어가 풍부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는 저자들의 현장에 대한 감각이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탐구적 노력이 결합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해외사례 뿐만 아니라 국내 사례들이 적절하게 제시되고 있어서 설득과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문제의 진단과 평가, 변화의 방향을 제시할 뿐 아니라, CEO의 역할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이를 어떻게 현장에서 실천에 옮길 것인가가 우리 경제와 기업의 각 분야의 리더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